라디오 헤드 조니 그린우드
개인적으로 라디오 헤드에서 조니 그린우드를 제일 좋아합니다. 지금의 라디오 헤드를 있게 한 데에는 톰 요크보다 약 5% 정도 더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가 참가한 다양한 영화 음악들도 좋아하고 톰 요크와 결성한 더 스마일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스타일을 제일 굉장히 좋아해요.
중년에 접어든 후 음악 도사가 되어버린 톰 요크에 조금 가려진 면이 있지만 (톰 요크가 드리스 반 노튼, 언더커버 등 패션 자체로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조니 그린우드의 스타일 또한 굉장히 멋있거든요. 깡마른 몸매를 드러내는 핏한 상의, 그리고 얼굴을 덮어 가려버리는 앞머리가 그의 시그니쳐라고 볼 수 있죠.
라디오 헤드의 라이브를 보면 조니 그린우드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우선 사람들은 무언가에 굉장히 몰입하였을 때의 표정이 멋있기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를 꽉 깨무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미관상 참 좋아 보이기 힘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긴 앞머리가 기타를 치는 동안 내 시야를 프렛과 페달 외의 모든 것을 차단해 주는 그 순간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TS-9이 만들어주는 강렬한 기타 소리를 배경으로 오로지 기타와 나만 존재하는 듯한 그 순간은 참 황홀하였습니다. 물론 연주 실력은 형편없지만 제 형편없는 연주 실력마저도 앞머리가 만들어준 저와 기타만의 공간 속에 있다 보면 "프로그레시브"하게 들렸습니다.
조니 그린우드가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와 같은 이유로 긴 머리를 계속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멋있지만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아하는 스타일을 오랫동안 고집하는 태도는 멋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