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고싶다
여행의 미래 : 밀레니얼의 여행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김다영 저
미래의 창 출판
2020.04.28
구글은 항공과 호텔, 교통, 식음료까지 모든 결제가 구글 내에서 이루어지게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OTA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항공권과 호텔 예약은 이미 OTA의 범주를 훌쩍 넘어섰다. 각종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커머스 및 양대 포털(네이버와 카카오)에 이어, 2020년에는 롯데 면세점과 신라 면세점이 해외여행 예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행 예약 서비스가 기존의 이커머스 시장과도 빠르게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디자인 호텔 네트워크인 디자인호텔스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 ‘왜, 어떻게’ 여행을 하는지를 고려하는 새로운 여행자 ‘프로마드Promad’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로마드는 사전에는 없는 신조어로, ‘급진적인 유목민Progressive Nomad’을 뜻한다.2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책임 의식과 목적성이 강화된 여행자 프로마드의 출현은 생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여행 서비스OTA, Online Travel Agency를 주도하는 양대 산맥인 익스피디아와 프라이스라인은 각각 1996년과 1997년에 설립됐고 한국의 초창기 여행 예약 시장을 주도한 인터파크 또한 1997년에 문을 열었다. 이들 모두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태어나 성장한 기업들이다.
이로부터 약 10여 년이 지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성장이 가속화됐다. 소비자가 직접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기 시작하자 이 시장에 뛰어드는 예약 서비스 업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 서비스들의 가격을 비교해주는 메타 서치meta search 서비스도 생겨났다. 스카이스캐너, 트리바고, 카약과 같은 가격 비교 서비스는 개별 항공사나 숙박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판매가를 조회해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준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여행 정보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 동안 즐길 수 있는 여행의 횟수와 퀄리티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여러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하는 단계가 비약적으로 단축되면서 더 이상 고객이 단일한 여행 서비스에 충성하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항공’에 이어 ‘네이버 호텔’, 최근에는 가이드 투어와 티켓 및 패스 상품의 최저가를 검색해주는 ‘네이버 투어’를 론칭했다.
메타 서치 서비스의 출현은 ‘가격 정보의 불균형’을 무너뜨리고 누구나 항공편과 숙박의 최저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를 여행 소비의 패턴을 변화시킨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항공과 숙박에 있어서 가격 정보가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 재화와 달리 항공권과 객실의 가격에는 ‘정가’가 없기 때문이다. 항공과 숙박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매우 민감하게 변동되는 특수 상품이다. 특히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요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가격도 그에 따라 오르내릴 수밖에 없고, 여행사는 이 특성을 활용해 매출을 극대화해왔다. 중국에 갈 때는 트립닷컴을, 미국에 갈 때는 호텔스닷컴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대형 항공사 위주로 개별 맞춤형 항공 루트와 비용을 산출해주는 서비스야말로 자신의 욕구와 일정에 맞춰 여행을 설계하려는 지금의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다. 나는 밀레니얼 세대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보다 전문적인 테마와 구체적인 ‘큐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테마로, 어떤 관점에서 여행 정보를 묶고 소개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점점 늘어나는 ‘남는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본다.
정해진 일정표대로 여행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경험을 채워가기를 원하는 여행, 즉 일정표를 사는 시대에서 경험을 사는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해외시장은 ‘로컬 경험’과 ‘질 높은 여행 경험’의 니즈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2018년 이후 글로벌 여행 업계에서도 투어와 액티비티 예약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일반적으로 여행 정보의 핵심은 위치 정보라고 보는데,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 정보 서비스인 구글 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항공권 가격, 호텔 객실 가격, 대중교통 가격 등의 검색을 지도와 결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구글의 맞춤형 여행 정보를 보고 곧장 결제를 시도하는 사용자를 붙잡기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