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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희 Apr 22. 2023

"뼛속까지 문과생"의 제약회사 인턴 도전기

 제약회사는 약대, 간호대생만 들어갈 수 있다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약 15년간 외국생활을 해온 나에게 서울은 너무나도 새로운 곳이었다. 


누군가에겐 가장 익숙한 미어터질 것 같은 서울 지하철 출근 시간, 금요일 저녁만 되면 떠들썩 해지는 강남, 홍대, 성수, 이태원.. 이 모든 것이 나에겐 낭만 속에만 존재하던 환상 속 풍경이었다.


그랬던 내가! 졸업 후 서울에 와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학부시절 중국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주전공으로 공부하며 나는 마케터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다양한 경험을 위하여 중국에서 패션회사 마케팅 인턴 6개월, 여행사 상품기획 인턴 3개월 등을 통해 나름 신입 마케터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자부했다.


 한국으로 귀국한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열정과 환상을 품고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폭풍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인턴은 보통 사무보조 업무가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저 잡일 하는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하여 허드렛일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인턴 지원 시에는 Job Description을 우선적으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Job Description 상 업무들이 내가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정 할 가능성이 충분한 업무들인가, 두 번째론 내가 잘할 수 있는 업무들인가를 따져보고 영리하게 판단하여 지원해야 한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며 몇 날며칠의 서칭 끝에 "글로벌 외국계 제약회사 마케팅"이라는 제목에 홀린 듯이 들어갔다.


Job Description

-제약마케팅 업무보조

-Marketing Governance 관리

-Advertisement & Promotional Management

-학회부스/광고 PO 생성

-Report 관리

-글로벌 컨설팅 에이전시와 커뮤니케이션

-기타 마케팅 프로젝트 업무보조

-다기관 제품설명회 신고


수많은 마케팅 인턴 채용공고를 봤지만, 다 진부하고 뻔해 보였다. 하지만 외국계 제약회사라는 처음 도전해 보는 분야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Job Description 도 상당히 세세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에 해왔던 인턴경험들은 커머셜 소비재에 가까운 제품들이 많아 '제약'이라는 산업이 생소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느끼는 재미에 살아가는 나에게는 충분히 interesting 한 도전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거다"


주저 없이 이력서를 이메일로 전송했고, 단 이틀 만에 연락이 왔다. 면접일자는 이틀 뒤로 조율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면면접을 하러 회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면접은 다대일로 진행되었는데, 이전 인턴경험, 학교생활, 학부 때 이수 과목, 취미생활, 영어실력 등등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들로 시작했다. 그 외 기억나는 질문들이 있었다면, 


1. 제약회사기 때문에 아무리 마케팅 업무라도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는 의약, 제품, 약학 용어들이 생소할 수 있는데, 이전 학부생활 or 인턴경험 때 비슷한 challenge 가 있었는지, 또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2.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 혹은 압박받는 상황이 주어지면 어떻게 해소를 하는 편인가?


3. 마케팅 특성상 여러 일이 한꺼번에 주어지는 경우와 timeline을 맞추어야 하는 업무들이 많다. 만약 한꺼번에 업무들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답변은 준비한 대로 순조롭게 대답하였다. 성격상 긴장을 많이 하긴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즐겨하는 성격이기에 학교 교수님들이랑 대화한다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면접에 임했다. 면접관님 두 분은 면접 내내 웃어주셨고, 시시콜콜한 장난도 섞어가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면접자인 나를 '존중'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고, 대답 하나하나에 태클을 거는 형식의 꼬리질문이 아닌, 정말 이 면접자의 가치관을 알고자 하는 면접관님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렇게 면접이 끝이 났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에 왔다. 


채용은 생각보다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면접 이틀 뒤 합격 이메일 통지가 왔고, 그다음 주 화요일로 출근 일정을 잡게 되었다. 


그렇게 내 한국서의 첫 회사, 첫 제약회사 마케팅 인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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