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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강 Jul 09. 2024

F7. SEMATECH

 세마테크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공정(프로세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민관합동으로 만든 연구조합이다. 회사 이름은 반도체 제조 기술(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이란 영어의 앞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에 비하여 미국의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프로세스 기술이 떨어진다는 우려에서 미국 반도체산업의 제조공정을 개선하고 국제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none for profit) 컨소시엄으로서,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인 SIA(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가 중심이 되어 1987년에 미국의 텍사스주 오스틴시(Austin, Texas)에서 정식으로 발족하였다. 경영진을 구성한 후 직접 기술자를 모집하고, 전용 시설인 FAB을 건설하고, 반도체 프로세스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고, 관련 기술개발에 착수하였다.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 SIA는 일본의 반도체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1977년 실리콘 밸리에서 인텔의 CEO인 로버트 노이스의 주도로 미국의 반도체 메이커 5개 회사가 중심이 돼 결성된 단체이다. 그 뒤에 SIA에는 반도체 칩 제조 회사는 물론 반도체 제조 장비 제작 회사, 반도체 재료 회사, 대학, 전문연구소, 정부 기관 등 반도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들이 망라되었다. 이 단체는 미국 반도체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한편, 업계의 요구를 정부에 건의하여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나 대외 무역 정책 반영에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반도체 연구기관인 미국 반도체 연구 개발 컨소시엄인 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SRC)과 반도체 제조 기술 컨소시엄(SEMATECH)을 설립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이들 연구기관을 통한 산관학연(産官學硏) 연구 활동의 조정과 분담 및 연구비의 지원으로 미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였다.

     

 세마테크는 초창기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으로 차세대 반도체, 특히 초대규모집적회로(Very Large Scale Integration; VLSI) 메모리의 개발과 제조 기술의 개발을 목표로 하며, 13개 회사가 투자하였다. 초기에는 연간예산 2억 5천만 달러 중 연방정부의 국방성(Department of Defense)이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를 통하여 1억 달러, 참가한 민간기업이 1억 달러, 주 및 시 정부와 미국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 등이 5천만 달러를 부담했다. 연방정부가 군용 이외의 민수용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한 배경에는 반도체산업이 민간 분야뿐만 아니라 국방 시스템에도 꼭 필요한 전략산업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개발 성과는 참가하는 각 회사가 공유하며, 각 기업은 내수용 및 수출용 개발 제품에 기술을 응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참가기업은 반도체 제조 회사인 인텔, 모토로라(Motorola), TI, 마이크론(Micron)은 물론 반도체 구매 업체인 IBM, AT&T,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퀄컴(Qualcomm)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내 기업으로는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설립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참여한 바 있다. 1996년 이후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이 끊어지고 국제적인 반도체 관련 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바 같은 일본 회사도 회원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세마테크는 주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새로운 재료, 공정, 장비를 개발하는 데 관련된 기술과 원가 등에 관하여 연구를 수행해 왔다. 예를 들어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노광기술(Lithography) 개발에 착수하여 마스크 블랭크 재료, PR(Photoresist) 재료의 개발, 소자 구조, 측정 기술, 환경이나 안전 관련 기술 등을 개발하였다. 2003년에는 세마테크와 뉴욕주립대학교(State University of New York) 간에 협약을 맺어 나노스케일 과학기술 대학(College of Nanoscale Science and Engineering; CNSE)을 설립하여 새로운 FAB을 구축하고, 본부 소재지도 뉴욕주 올버니시(Albany, New York)로 옮겼다. 인텔과 삼성전자가 참여 회사에서 탈퇴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경험하고 활동이 처음보다 달라졌지만, 세마테크는 세계적인 학회, 심포지엄, 워크숍 등을 주최하며 여러 가지 반도체 기술 관련 보고서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포지엄에 의한 기술개발은 한계가 있고 참여 회원사들의 의견 차이로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대일 반도체 문제의 해결은 미국 자체의 프로세스 기술의 개발보다는 무역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SIA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제조 회사의 적극적인 로비 활동의 결과, 수입 반도체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든지 엔화 환율을 조정하는 외교와 통상의 압력으로 해결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일 반도체 전쟁이라는 말까지 사용될 정도로 양국의 대응이 치열하였으나 결국은 일본의 순응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원래 미국의 시장 규모를 보고 외국 제품이 저가로 들어왔으니까, 미국의 전자 회사나 소비자는 큰 이득을 보게 되었으나 미국 내 반도체산업이 위축되니까 그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미국도 선택적으로 산업 구조를 개편하여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일부 철수하고 비메모리 제품에 주력하였다. 그리고 반도체 패키지 분야를 비롯하여 미국 내의 노동집약적인 공장을 폐쇄하고 모두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이동하였다. 반도체산업의 구조 변혁으로 팹리스(Fabless) 회사가 많이 생겨서 실리콘 칩의 제조조차도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월이 가면서 미국이 정권의 변화를 겪는 사이 일본을 대신하여, 한국, 대만, 중국이 반도체 대국으로 새롭게 등장하였다. 특히 중국의 성장으로 미국이 긴장하면서 반도체 기술을 하나의 외교적인 지렛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선도해 온 영리 단체로 SEMI(Semiconductor Equipment Materials Institute)를 들 수 있다. 주로 반도체 제조 장비 제작 회사와 소요 재료 관련 회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매년 봄에 개최되는 SEMICON West, 가을에 미국 동부에서 개최되는 SEMICON East 등 반도체 제조 장비와 재료 전시회의 개최를 주관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 제조 활동이 왕성해진 국가에 지사를 설립하고, SEMICON Japan, SEMICON Korea, SEMICON China, SEMICON Europe 등을 수년간 개최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재료의 규격을 제정하는 일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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