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반도체 하면 실리콘 즉 규소이다. 옛날에는 몇 가지 금속의 산화물이나 게르마늄이 대표적인 반도체 재료였다. 반도체란 전기전도도 값이 도체와 절연체의 중간인 부류의 재료를 말한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4족(요즘에는 14족) 원소들이 반도체의 특성을 보인다. 이들은 원소 반도체(elemental semiconductor)라고 불리며 C(탄소), Si(실리콘, 규소), Ge(게르마늄), Sn(주석, tin)으로 되어 있다. 4족 원소를 중심으로 좌우의 족(族, family)에 속해 있는 원소들이 화합물을 이루어도 반도체의 특성을 보인다. 이런 반도체를 화합물 반도체(compound semiconductor)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GaN, GaP, GaAs, InP, InSb 등과 같이 III(3)-V(5) 족의 두 원소로 이루어진 반도체가 있는가 하면, II(2)-VI(6) 족의 원소들로 이루어진 ZnO, ZnS, ZnSe, CdSe, CdTe 같은 반도체도 있다. 개중에는 AlGaAs, HgCdTe과 같이 세 원소나 네 원소 이상으로 이루어진 화합물 반도체도 있을 수 있다.
표 1에 4족 혹은 14족에 속해 있는 원소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위에 있는 원소 일부를 보였다. 원소 반도체는 상온에서 고체인 결정을 이루는데, 원자의 배열 방법은 3차원 공간에서 그림 1과 같다. 원자는 그 중심에 양(+) 전기를 띠고 있는 원자핵이 있고 주위에 음(-) 전기를 띠고 있는 전자가 원자번호의 수만큼 존재한다는 것이 현대 과학의 이해이다. 원자는 대부분 비어 있다고 보는데 그림 1에서는 각 원자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원으로 표시하였고 이웃 원자와 결합하고 있다는 점을 보이기 위하여 막대로 연결하였다. 각 원자는 네 개의 이웃 원자와 결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결정을 다이아몬드 입방체(Diamond Cubic; DC)라고 부른다. 그림 1에서 각 원에 해당하는 원소가 탄소로 되어 있으면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재료로 알려져 있는데, 탄소 원자끼리 강한 방향성 공유결합력(covalent bonding force)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고리를 깨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합력은 주기율표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즉 주기가 늘어날수록 약하여진다.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를 분리해 생각해 보면 그 구조의 이해가 쉽게 될 수 있다. 그림 1의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는 그림 2의 왼쪽 그림 위에 오른쪽 그림이 얹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그림 1의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는 네 개의 사면체(tetrahedron)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는 면심입방(Face Centered Cubic; FCC) 구조가 서로 겹쳐있는(interpenetrating) 구조이다. 다이아몬드 입방체에서 구성 원자가 공간을 채우는 비율은 34%밖에 안 된다. 참고로 면심입방체(FCC)나 육각 조밀 충전(HCP) 구조의 원자충전율(atomic packing factor)은 74%, 체심입방체(BCC)의 그것은 68%이다. 다이아몬드 입방체를 구성하는 4족 원소들은 상온에서 34%밖에 채워지지 않은 고체이다. 이렇게 낮은 원자충전율을 보이는 다이아몬드 입방체를 갖고 있는 4족 원소들이 이차전지의 좋은 음극 재료로 고려되고 있는 이유이다. 즉 방전 시에 리튬(Li) 원자(이온)가 음극으로 들어갈 때 원자충전율이 작은 재료가 유망하다.
GaAs, InP와 같은 일부 화합물 반도체 재료도 다이아몬드 입방체 구조를 이루고 있다. 두 개의 구성 원소의 크기가 다르므로 별도로 Zinc Blend 구조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GaAs 결정을 대상으로 구조를 표시하면 그림 3과 같다. Ga 원자와 As 원자가 별도로 FCC 구조를 이루며 서로 끼어져 있다. Ga 원자는 4개의 As 원자와 이웃을 이루고 있고, As 원자는 4개의 Ga 원자와 이웃하고 있다.
실리콘 같은 4족의 원소들은 네(4) 개의 이웃 원자를 갖는다. 4개의 이웃을 갖는 이유는 4족 원소들이 최외각 전자의 숫자가 4이므로 이웃에 있는 원자가 주는 한 개의 전자, 도합 네 개의 전자를 받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자 네 개를 합쳐서 8개의 전자를 갖추어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순수한 반도체를 진성 반도체(intrinsic semiconductor)라고 부른다. 여기에 최외각 전자가 3개인 3족의 원자가 불순물로 삽입되면 그 원자는 여덟 개의 전자 자리 중에 전자 하나가 없고, 최외각 전자가 5개인 5족의 원자를 불순물로 삽입하면 그 원자 주위에 전자가 하나 남아 있게 된다. 전자를 p형 반도체, 후자를 n형 반도체라고 부르고 둘 다 통틀어 외인성 반도체(extrinsic semiconductor)라고 한다. 전자가 하나 없는 상태를 정공(hole)이라고 부르며 양(+)의 전기를 띠고 있다고 해서 positive의 p를 따서 p형 반도체라도 부르고, 전자가 하나 더 여분으로 있는 반도체를 음(-)의 전기를 띠고 있다고 해서 negative 즉 n형 반도체라고 흔히 부른다.
반도체를 n형, p형으로 분류하는 작업의 기원은 미국의 물리학자 홀(Edwin H. Hall, 1855~1938)에 의한 홀 효과(Hall effect)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홀 효과는 자기장 하에서 전하를 운반하는 도체에 수직으로 전압이 유도된다는 현상인데, 전자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은 당시에 반도체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홀 효과 실험을 통하여 단위 체적 당의 전하 운반체의 개수를 계산할 수 있고 반도체를 금속 도체와 구별할 수 있다. 홀 전압의 분석으로 전기전도가 이온에 의한 것인지 다른 전하 운반체에 의한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되어 금속의 산화물과 같은 이온성 결정 화합물이 반도체의 분류에서 제외되었다. 이온에 의한 전도의 경우 홀 효과는 아주 미미하다. 여기서 전하란 전기라는 짐인데 이를 짊어지고 가는 입자로 전자와 정공이 있다는 생각이 싹텄다. 전자는 음(-)의 전기를, 정공은 양(+)의 전기를 운반하고 있다. 전하 운반자(charge carrier)가 바로 전자와 정공이다. 바다 위에서 다량의 비행기를 싣고 가는 함정을 영어로는 aircraft carrier, 한자어로는 항공모함(航空母艦)이라고 부른다.
홀 효과를 이용한 반도체의 체계적인 연구는 1907년경에 이르러서이다. 이런 연구의 결과 반도체의 전하 운반체의 숫자는 금속의 그것보다 아주 작고 전하 이동도(mobility)는 조금 높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 실험을 통하여 실리콘(Si)이 반도체로 분류되었다. 게르마늄(Ge)은 이보다 훨씬 뒤인 1925년에 반도체임이 밝혀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보다 과학 발전이 늦은 미국으로서는 홀은 참으로 대단한 발견을 하였다.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과학 및 공학계에서 홀 효과의 발견을 높이 기리고 있다. 이는 열역학 분야에서 자유에너지(free energy)의 개념을 도입한 깁스(Josiah Willard Gibbs, 1939~1903)의 업적을 높이 기리고, 교류 전기 분야에서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된다.
반도체가 n형이냐, p형이냐의 이해는 고체물리학에서 에너지 밴드(energy band) 개념을 이용하면 쉬워진다. 결정에서는 에너지 준위(energy level)의 모양에 따라 부도체, 도체, 반도체로 구별된다. 에너지 준위는 저 아래 바닥에서부터 상부에 걸쳐 있는데, 고체의 경우 제일 상층부의 에너지 밴드 구조에 고체의 여러 가지 성질이 관계된다. 상층부에 금지된 에너지 구역(forbidden energy band)이 존재하는데, 이 구역이 넓으면 부도체 혹은 절연체, 어느 정도로 작으면 반도체이고, 도체에는 이 금지된 에너지 구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층부의 에너지 구역에서 진성 반도체의 경우 꽉 찬 에너지 상태의 제일 상층부를 가전도대(valence band), 에너지 금지 대역 너머를 전도대(conduction band)라고 부른다. 진성 반도체에서 온도 등의 외부 에너지에 의해 가전도대에 있는 전자가 전도대로 옮겨가면 그 자리에 정공(hole)을 남기게 된다. 외인성 반도체 중에서 n형 반도체는 5족 원소를 불순물로 집어넣어 전도대 바로 밑에 도너 준위(donor level)를 생기게 하여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쉽게 전도대로 뛰어 올라가서 전기가 잘 흐르게 한다. p형 반도체는 가전도대 바로 위에 억셉터 준위(acceptor level)를 가지고 있는 3족 원소를 불순물로 집어넣어 가전도대에 정공이 쉽게 생성되어 전기가 잘 흐르게 한다.
불순물 농도가 낮은 곧 순도가 높은 반도체 재료를 얻는 것이 한동안 큰 과제였다. 20세기 중반에 zone melting 혹은 zone refining 기술이 발명되어 이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결정 결함이 아주 작은 결정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단결정 성장 기술이 개발되었다. 반도체 소자 개발의 초창기에는 정제된 실리콘에 3족 원소인 Ga이나 Al 원소를 정량하여 넣고 녹여 p형 반도체 단결정을 성장시키다가 5족 원소인 P(인) 원자를 투입하여 n형 반도체 결정을 성장시키고 다시 3족 원소를 투입하여 p-n-p 구조를 만드는 봉(rod) 모양의 grown-in diode를 제조하였다. 이러한 구조의 반도체 소자는 MOSFET 기술과 집적 회로(integrated circuit; IC) 제조 기술의 개발로 사라지게 되었다.
일반인들은 순도를 말할 때, 흔히들 불순물의 양이 몇 ppm이라고 이야기한다. 모원자(母原子) 혹은 모물질(母物質) 백 만개 중에 들어 있는 불순물의 양이 바로 ppm으로 part per million의 약자이다. 순도를 더 까다롭게 따질 때는 10억 분의 몇이라는 ppb(part per billion) 단위도 동원된다. 반도체의 순도를 논할 때는 ppm으로 충분한 것 같다. 불순물의 농도는 1cc 당 불순물 원자의 숫자로 표시한다. cc는 cubic centimeter의 준말로 보통 액체의 체적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이는 입방센티미터 혹은 세제곱센티미터인데, 밑면의 길이가 1cm인 정사각형 위에 높이가 1cm인 정육면체의 부피(체적)를 의미한다. 보통 성인 남자 엄지손톱의 크기가 1cm x 1cm이니까 두께 방향으로 1cm로 단지(斷指)하면 나오는 정육면체를 생각하면 된다. 보통 고체의 농도는 1cc 당 10의 21승 내지 22승의 원자 숫자 정도 된다. 반도체 불순물의 농도가 1cc 당 10의 15승 내지 17승 정도 되니까 ppm 단위이면 불순물의 양을 충분히 표시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액체의 양을 표시할 때 리터(L)라는 단위도 많이 사용한다. 1리터는 1,000cc이다. 즉 1mL(밀리 리터)는 1cc(씨씨)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언가 일이 잘 안 풀리면, 보통 사람들은 '에이씨~'라고 말한다. 그러면 '에이(A) 다음에 비(B)지, 왜 씨(C)야!'라고 옆에서 말하는 경우가 있다. AC는 전기에서 alternating current의 약자로 보통은 교류라고 말한다. 직류는 DC(direct current)이다. CC는 학교 내에서 사귀는 사이인 campus couple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DC는 할인을 뜻하는 discount의 준말로 인식하고 있는데, 필자는 같은 학과나 사내에서 사귀는 사이인 department couple의 약어라고 주장하고 싶다.
반도체에 불순물을 넣는 행위를 도핑(dop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실리콘에 3족 원소를 도핑하면 p형 도핑 반도체(p type doped semiconductor)가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도핑이란 말은 스포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도핑 테스트라는 말이 익숙하다. 약물 도핑은 아는 물질을 소량 선수에게 투여하여 특정 기능을 높이기 위하여 불법적으로 실시한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은 검증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반도체 도핑도 사전에 실험을 통하여 아는 물질을 정확히 통제하여 실시한다. 옛날에는 불순물 확산 공정을 통하여 반도체 도핑을 실시하였으나 요즈음을 이온 임플란터(ion implanter)를 통하여 주입하고 간단한 확산 공정을 실시하여 도핑을 통제한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 따라 n형이나 p형 반도체를 만드는 도핑 원소도 변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