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터나 집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선은 구리(copper)로 되어 있는 동선(銅線)이다. 구리가 전기저항이 작아 전기를 잘 통하고 어느 정도 강도가 있어서 끊어지지 않고 동선이 전신주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구리가 전기를 잘 통하려면 구리 이외에 불순물 양이 적고 압연(壓延)이나 신선(伸線) 등 가공이 적용 안 된 전기분해에 의해 정련된 것이 좋다고 한다. 산소 함량이 적은 OFC(oxygen free copper)라는 말도 있다. 전기전도성의 관점에서는 금(Au)이나 은(Ag)으로 된 도선이 동선보다 전기를 잘 통하지만, 금전적인 이유로 실용적이지 않다. 알루미늄 와이어가 동선보다 전도성이 떨어지지만, 집적 회로 제조공정 초창기에는 알루미늄 금속이 널리 쓰였다. 최초의 집적 회로 특허인 킬비(Kilby)의 특허에는 도선은 별도의 선으로 그려져 있다. 아마도 동선을 실리콘 판 위에 집어넣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플래나(planar) 기술을 적용하여 집적 회로를 구현하려는 노이스(Noyce)의 특허에는 도선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올라가 있다.
집적 회로 구현이 가시화되면서 트랜지스터를 웨이퍼 위에 형성한 후 실리콘 웨이퍼 전체를 플라스마 기술을 이용하여 전기 절연이 잘 되는 이산화실리콘 막으로 덮은 후에 그 막 위에 에칭 공정으로 구멍을 뚫어 금속을 충전해 넣고 회로도에 의해 배선하려는 획기적인 시도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구리를 실리콘 위에 심어 놓으려면 고온이 필요한데, 알루미늄의 경우 플라스마 기술의 일종인 스퍼터 기술을 활용하면 쉽게 알루미늄 박막을 형성할 수 있고 그 뒤 사진 공정과 플라스마 에칭 공정을 이용하여 쉽게 배선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일명 금속화(metalization) 공정이라고 부른다.
금속과 반도체가 접촉하여 직류 전기를 통하면서 전압과 전류 곡선을 그려볼 때 전류의 방향이 양(+)이나 음(-)이나 모두 직선의 관계를 보이면 오믹 접촉(Ohmic contact)이라고 부르고, 직선 관계가 아니면 쇼트키 접촉(Schottky contact)이라고 부른다. 반도체에 전류가 제대로 흐르는데 우리가 필요한 접촉이 오믹 접촉이다. 반도체와 금속 접촉은 일반적으로 정류작용을 보이는데 이것은 쇼트키 접촉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반도체에서 전류가 잘 흐르는 오믹 접촉을 보이는 금속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실리콘과 텅스텐(W)이 오믹 접촉을 보인다고 알려지면서 실리콘에 텅스텐 금속을 접촉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를 일명 텅스텐 플러그(plug)라고 불렀다. 타이타늄 나이트라이드(TiN)도 좋은 도체로 알려지면서 플라스마 기술로 이 물질을 증착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래도 배선 재료는 한동안 알루미늄(Al) 금속이었다.
금속의 배선은 스퍼터링 기술의 발전으로 알루미늄 금속이 널리 사용되었으나, 집적화가 진행되면서 한 칩 내의 배선의 길이가 길어짐으로써 금속 내에서의 신호의 전달 지연(delay), 즉 전자의 속도가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금속 내의 비저항의 수치가 중요한 변수가 되면서 알루미늄 대신에 구리 배선의 요구가 커졌다. 구리는 스퍼터링 방법으로 증착이나 플라스마에 의한 에칭 기술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전기도금에 의한 구리의 배선 방법이 검토되었다. 첨단의 반도체 칩을 제조하기 위하여 옛날의 기술인 구리도금 기술이 다시 소환되었다. 결국 구리 배선 기술의 개발이 성공하여 지금은 초고밀도의 반도체 칩에서는 구리 배선이 일반화되었다.
집적 회로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배선이 복잡해졌다. 그 해결책으로 금속층을 2층으로 만들고 배선하려고 하였다. 비메모리 회로를 구성할 때는 배선이 더욱 복잡하여져서 다층 구조를 검토하게 되었는데, 5층 혹은 10층 배선까지 생각하고 있다. 금속층 간의 절연을 위해서 이산화실리콘 막을 형성하는데 이를 금속 층간 절연체(inter metallic dielectric; IMD) 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층간 절연체 막은 밑의 MOS 트랜지스터나 배선의 모양에 따라 굴곡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굴곡을 줄이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 막이 잘 흐르도록 이산화실리콘에 보론(B)이나 인(P) 불순물을 첨가하기도 하고 이산화실리콘 분말을 상온에서 바르기도 하였다. 이 굴곡을 없애기 위한 공정을 플로우(flow) 공정, 혹은 평탄화(planarization) 공정이라고 불렀다.
플로우에 의한 평탄화 기술이 한계에 부딪힘으로써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칩의 층간 절연체를 좀 더 두껍게 입힌 후에 실리콘 웨이퍼를 뒤집어 상온에서 평평하게 갈아버리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화학 및 기계적 평탄화(chemical mechanical planarization: CMP) 기술이다, CMP의 P를 polishing의 약자로 보기도 한다. 필자가 대학교 시절 금속공학과를 다녔는데 학부 2학년 때 금속공학실험을 수강하면 과제 중의 하나가 철강 시편을 자른 후 베이클라이트에 붙여서 물이 나오는 회전하는 판 위에서 알루미나(Al2O3) 가루를 뿌려가며 표면을 연마하는 게 일이었다. 철강이나 금속의 표면을 유리거울같이 반반하게 연마한 후에 특정한 화학약품을 준비하여 표면을 부식(에칭)하여 광학 현미경으로 조직의 모양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 리포트로 제출하였다. 이와 같은 방법은 기술적인 논문 등 보고서 작성에 꼭 필요한 테크닉이었다. 요즈음은 시편 표면 연마 과정이 자동화되고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금속 조직을 관찰하여 그 수고가 덜하여졌지만, 당시에는 큰일이었다. 옛날에 로우테크(low tech)였던 연마 기술이 하이테크(high tech)인 반도체 집적 회로 제조 기술에 등장하였다.
CMP가 반도체 집적 회로 제조공정 후반에 중요한 기술로 등장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각종 부품과 소재를 채용한 설비가 고안되었다. 제조 중인 여러 개의 반도체 웨이퍼를 뒤집어서 패드 위에서 돌리게 되어 있는데, 이때 패드가 중요한 요소이다. 강도가 높기로 이름난 다이아몬드 가루를 박은 패드가 업계의 표준이 되었다. 연마를 돕기 위하여 화학약품을 넣은 슬러리(slurry)를 패드 위에 뿌리는데, 전통적인 알루미나 가루 대신에 세리아(Ceria) 가루가 채택된 슬러리가 많이 쓰인다. 연마의 종료 시점의 검출을 위하여 하이테크가 채용되어 IMD(inter metallic dielectric) 층의 두께를 정확히 맞춘다. 그 뒤에 사진 공정과 에칭 공정을 거쳐 IMD 층에 정확히 구멍을 뚫고 금속화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사진 공정에서 정확한 위치에 구멍을 뚫을 수 있도록 마스크(레티클)의 초점을 맞추고, 그 뒤 금속 배선 공정에서 금속의 두께와 폭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데 표면의 평탄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구리 전기분해 기술과 표면 연마 기술이 첨단 반도체 집적 회로 제조공정의 총아로 부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