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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Mar 04. 2024

베트남에서 한자를 안 쓰는 이유




와 갑진년만 한글로 했네, 이 형




[배우 김광규님의 집 대문 앞에 붙여진 사자성어, '입춘대길'과 '만사형통']



예능을 보다가 배우 김광규 님이 본인의 집 대문에

'입춘대길, 만사형통'이란 구절을 한자로 

정갈하게 써 놓은 것을 보았다.

(비록 모두가 어려워하는 갑진년은 한글로 쓰셨지만ㅎㅎ)

이 두 가지 한자성어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읽고 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익숙하고 친숙한 단어다.


비단 이 두 단어뿐 아니라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한자를 쓰기도 하고 읽을 줄도 안다.

(물론 최근 한글도 어려워하는 일부 MZ세대들은 제외하고..) 


한국인들 대부분이 한자영향권에서 

오랜 기간 많은 영향을 받고 

아직까지 일상에서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경우는 한자의 영향 아래 있었음에도

한자는 현재 전국 어디에서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베트남 사람들의 이름을 포함한

각종 일상단어들 자체가 한자로부터 기원했음에도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한자를 아는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없다.





왜 그런 걸까?




처음에는 베트남의 강한 반중(反中) 의식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한자 사용을 금지한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놀랍게도

 '프랑스'의 식민사관 때문이었다.

베트남을 식민지로 통치하고 있었던 프랑스는 

중국을 견제하고 식민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19세기말 로마자를 차용한 

'쯔 꾸옥 응으(Chữ Quốc Ngữ, 현재의 베트남어)'를 보급하였다.

당시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베트남의 카이딘 황제 또한 1918년 한자사용폐지를 공표했지만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한자와 쯔 꾸옥 응으를 

여전히 함께 사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1945년 호치민이 만든 베트남민주공화국이

베트남의 공식 문자로 쯔 꾸옥 응으를 공표하면서

한자교육과 사용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게 된다.


비록 한자 사용폐지의 배경에는

식민지배의 아픔이 서려있지만

현대의 베트남 사람들은 이보다는

반중의식을 기저에 두고 '굳이' 한자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실 나는 베트남어를 배우면서

한국어와 유사한 단어가 많아서 학습에 큰 도움을 얻었고

그런 단어의 대부분이 한자에서 기인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일본어를 배울 때도 똑같이 느꼈던 감정인데

사대주의니 반중이니 다 떠나서

베트남사람들도 한자를 이해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어렵다는 한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비단 언어뿐 아니라 동아시아권의 문화 또한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오지랖 넓은 생각도 들었다. 






미즈링, 내 이름 한자가 이건데
이에 맞는 베트남어 이름을 지어줄 수 있어?


우린 그런 거 없어. 한자 같은 거 몰라.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이내 나는 그녀의 베트남이름을 한자로 추측해

예쁜 한글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미즈링, 너의 한글이름이야
임하영. 예쁘지?





이제는 한자보다

아름다운 한글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더 친숙해지는 날을 고대하며-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蟄)'을 맞아

독자님들도 정말

말 그대로 '입춘대길'하고 '만사형통'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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