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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KI Apr 30. 2023

수능수학에서 음악으로..(1)

수학을 잘하고 싶었다.

 2016년 11월, 첫 수능을 마치고 좌절했던 나는 아직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어디고 내가 무얼 좋아하고를 생각하지 전에,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도대체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어떻게 한 번도 나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라고 질문해 보았다.


 부모님은 나를 어떤 존재로 보고 있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부모님의 철학과 신념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막무가내로 배를 운항하는 조타수와 선장을 뒤로 한채 어지러이 움직이고 있는 배 위의 펭귄 한 마리였다. 나에겐 날개가 있어 배를 떠날 수 있는지 몰랐다.


 그저 몇 번 팔을 휘둘러보고 날 수 없음을 짐작했을 뿐, 날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무작정 바다로 뛰어든다면 날개를 펼쳐 날아가기는커녕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았다. 나는 무모하고 도전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성적인 판단은 가능했다. 


 그때 나는 배 위에서 날개를 최대한 만들어 날아가기로 결심했다. 배 위에서...


 배 위에서 날개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날개를 만들어 놓으면 조타수와 선장은 나에게 달려와 날개를 뺏어버리고 부숴버린다. 날아갈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들은 왜 배를 운항하는가.



 재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타의로 시작한 공부이지만 내 손으로 끝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지원을 요청하고 1년을 더 공부했다. 사실 '더' 공부한 게 아니다. 난 이제 공부라는 것에 발을 디딘 것이다. 날아오르기 위한 공부.


 시간이 지나고서, 고민해 본다. 과연 포기해야 할까 고민했던 공부를 20살 너머서 하겠다고 생각했던 결정이 옳았을까. 


 옳은 것도 아니었고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때 난 나를 믿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날개의 시작점이 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4일 뒤부터 독서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인간관계를 차단했고, 2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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