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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KI May 01. 2023

수능수학에서 음악으로...(3)

다시 나를 찾아

왜 제목이 "수능" 에서가 아닌 "수능수학" 에서인가?


 나는 연기학원을 다니다가 수능을 다시 봤다. 이제 부모로부터 철저한 독립을 약속했다. 내가 하는 일에 건드리지 않는 대신 모든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않기로. 대학 등록금도 내가 벌어야 했다. 


 사실 합의가 된 건 아니었다. 왜 갑자기 연기학원을 갔냐고 하면서 내 의견을 이야기하다가 부모님은 화가 났나 보다. 부모님과 싸우다가 30층 높이 베란다 창문 밖으로 떨어지려고 난간 밖으로 뛰어오를 때 부모님은 나를 붙잡아 살렸다. 연기학원 비용은 온전히 내 아르바이트비였다. 왜 화가 났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부모님께 내가 하는 것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부모님은 내가 하는 것을 믿어줄 생각이 없었다. 


 1학기를 다니고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화학과였는데 고등학교 때 배우던 화학이 아니었고, 성적에 맞춰 간 과였다. 전혀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었다. 


 9월에 중견기업 사무직 면접을 보고 붙었다. 이력서에는 특기사항과 경력이 없었지만 연기학원에서 다져진 언변과 표현능력이 면접을 뚫었다. 


 이때 나는 그래도 회사라는 집단에 들어갈 수준의 표현능력과 언변은 어느 정도 갖춰졌구나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이 확신은 오래가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다양했다.


 평일 아침 9시~저녁 6시까지 사무직 일을 하고, 저녁 7시 30분~12:30분까지 물류센터에서 일을 했다. 

새벽 1시~4시까지 수능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옷가게 알바를 했다. 올해 있을 시험과 내년에 갈 학교의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대략 50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수학교육과를 들어가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부모님도 그렇게 했으면서 겨우 그런 대학밖에 못 갔니 이러던데. 물론 내가 다니는 대학은 누가 들어도 이름을 아는 대학이다.

 

 그런데, 나는 사람을 볼 때대학에 대한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누가 어떤 대학을 나오고 누가 나보다 잘났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누구는 사람을 보면 위에 대학레벨밖에 안 보이나 한심하군 이렇게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해본 사람만 안다. 일 하면서 수능공부 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한다. 지금은 그때보다 시간이 더 많이 있지만 이렇게 절박한 마음은 다시 가지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니 그때의 나는 성공을 했다고 본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래서 수능수학이다. 나는 모든 과목을 잘하지는 못했다. 또 대학수학은 수능까지의 수학과 많이 다르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 내용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수능공부만 하라고 한다면 점수로 천장을 뚫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이니까 그냥 꿈으로만 꾼다.) 


 그런데, 수학은 나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준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버거울 때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된다. 그래서 수능수학이든, 대학수학이든 공부를 꾸준히 한다.


 또, 수학을 잘하고 싶었던 1인으로써 나처럼 수학을 잘하고 싶지만 못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수학교육과에 들어간 나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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