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 Dec 02. 2022

나의 공백들

몽글 019

그와 공원을 걷던 밤, 그가 말했다


"방금 저 여자 봤어?"

"아니. 나는 사람 잘 안 쳐다봐"

"혼자 울면서 가던데.."


그녀의 사정을 들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심정이.


"나도 그런 적 어."

사실, 그런 적 많지 않았나.


"뭐가 그렇게 슬펐어?"

그의 물음에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뗬다.


나는 울음을 잘 참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있는 집이라는 공간보다 

혼자인 공간이 필요했다.

나에게 산책로는 그런 공간이었다.

사람들 속에서도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


가슴이 미어질 때, 눈물이 나올 것 같을 때, 생각이 많아질 때,

한숨이 계속 나올 때..

나는 운동화를 신고 핸드폰 하나만 들고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는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산책을 나와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했다.

나는 그와는 반대였다.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고민이 많은 날, 나의 밤은 길었고,

나는 을 피해 밤 산책을 갔다.

긴 산책을 함으로써 쌓인 피로가 나의 긴 밤을 잠재워줄까.


무작정 나와 발길 가는 데로 걸으며

길바닥 위에 나의 감정들을 쏟아내었다. 

은 나를 감싸주었고, 길은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바깥의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생각의 꼬리를 물며 사색에 빠진다.

때론 혼자 피식 웃기도, 혼자 절레절레 고개를 젓기도 한다.

그러고는 갑자기 무언가 결심한다. 마음이 조금은 잔잔해진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나는 나의 공백들을 그곳에서 채웠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너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