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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슬영 Apr 20. 2023

'작가의 말'이 제일 어려워요

두 번째 장편동화 <내가 있잖아!>

창작동화 출간의 경우 보통 완고(완성된 원고)가 출판사로 들어간 후 그림이 완성되고 교정 작업도 끝나가면 제일 마지막 즈음에 편집자로부터 "이제 작가의 글(혹은 작가의 말) 주세요."라는 연락이 온다. 정말이지 식은땀 나는 순간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야기 속에 다 들어있는데 뭘 또 얘기하지, 싶은 거다. 차마 "작가의 글은 안 쓰면 안 되나요?"하고 호기롭게 묻지 못한다. 그냥 "네에..." 하고는 마음이 바빠질 뿐. 


컴을 켜고 커서가 깜박이는 걸 바라보며 나는 할 말이 없으나 어린이 독자들은 혹시, 뭔가 더 알고 싶을까 상상해 본다. 이야기에 대한 뒷얘기? 등장인물에 관한 것? 으으, 모르겠다. 다른 작가분들은 어떻게 쓰셨나... 쓰윽 돌아본다. 어떤 책은 작가의 글 덕분에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책은 작가의 말 때문에 큭큭 웃는다. 왜들 이리 잘 쓰시는지.


두 번째 장편동화가 출간되던 때도 그랬다. 머리를 싸매고 싸매어 겨우 몇 줄을 썼다.

"벼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로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했던 벼리가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게 되기까지, (작가인) 내가 (주인공인 벼리를) 어찌나 고생시켰던지... 좀 미안했다. 지금 돌아보니 벼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편지를 썼어야 했던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5월이 되면 <내가 있잖아!>가 세상에 나온 지 딱 1년이 된다. 잠시 영업을 해보자면, 이 책의 키워드는 '저승_ 모험_판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한때는 동화에서 '죽음'을 다루는 것이 금기시되었다고 하는데(물론 지금은 아닌 듯. 죽음, 저승을 다룬 동화가 여러 편 있다) 죽음과 삶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또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저승'이라는 공간을 택해 이야기를 지었다. 


한 번 파양 된 경험이 있는 입양아 벼리, 벼리의 저승길 안내자 선몽,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뒤쫓아 없애는 흑공, 저승길을 밝혀줄 연꽃 지팡이를 건네준 저승할망. 그리고 이승에 남은 부모님과 베프 은주.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이다.


벼리는 자신을 되살리기 위해 저승길을 걷고, 그 길에서 삶을 돌아본다. 자신의 불안과 마주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며 나아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 저승에서 겪는 또 한 번의 판타지, 흑공과의 추격전 등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고 누군가 말해 주시면 참 감사하겠다^^


몹시 어렵게 한 자 한 자 적었던 '작가의 말'로 마무리를 해보자면,

여러분 곁에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기를,

여러분 역시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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