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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 Jun 23. 2023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시작된 여행

시칠리아 여행에서 돌아오던 길


 일주일간의 시칠리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탑승하기 위해서는 6시간여를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오후 3시부터 이미 꽤 긴 시간을 대기하고 있었고 거의 밤 9시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옆 자리의 청년이 말을 건네왔다.


“Hello, excuse me”



 인도에서 온 네 명의 청년들이었다. 이스탄불을 경유해 감비아(Gambia)를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감비아가 어디지… 난생처음 들어보는 여행지였다. 나미비아? 아니란다. 세네갈 옆에 붙어있는 감비아는 아주 작은 나라였다. 감비아를 간다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다. 내겐 생소한 나라를 여행하러 간다니 신기했다. 그러면서 내심 속으로는 프랑스나 이태리가 더 좋을 텐데 왜 아프리카를 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였다.



 그들은 아침 9시에 이스탄불에 도착해 새벽 1시에 탑승할 경유 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장장 16시간에 달하는 스탑오버. 그러면 이스탄불 시내 구경이라도 갔다 오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비자가 없어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아.. 이스탄불은 관광 비자가 필요 없는 것 아니었나? (현재 한국인의 경우 터키 관광 시 비자가 필요 없다) 하지만 인도 국적의 경우는 다른 것 같았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얼굴을 더욱 자세히 보게 되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20대 초반 까무잡잡한 얼굴의 인도 청년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그들은 한국의 세라젬을 알고 있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음 그렇지…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그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청년의 여동생은 한국에 취직을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음.. 그렇구나. 그렇지만 한국에 오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섣불리 희망의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우리에게 당연한 권리가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혹시라도 그들이 한국에서 받게 될 차별이나 불합리한 대우가 걱정되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한국에 오면 행복할까? 그냥 인도에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인도에서의 삶이라곤 전혀 모르는 내가 그들의 ’코리안드림‘에 어떠한 훈수를 둘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생각은 깊어졌다. 나는 한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제 곧 탑승 수속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짧은 만남에 작별 인사를 고하고 탑승 수속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주일간 시칠리아를 여행한 시간보다 인도 친구들과 나눈 20여분 남짓의 대화가 더 진한 여운을 남긴 순간이었다. 그렇게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즈음,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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