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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났다는 말

죽음에 대한 단상들

by MayBePeace


자주 듣는 라디오에서 문득

유명 뮤지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을 알지도 못하는 완벽한 타인인 그의 소천 소식에

불현듯 죽음에 사로잡히게 되어 버렸다.


과연 세상을 떠난다는 현상의 실제는 어떤 것일까?

영혼이 공중부양해서 허공을 떠돌아 저 먼 우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그는 떠났지만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했다.

하루아침에 소유하던 모든 것들, 관계하던 모든 것들과 이별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

살아있는 한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망자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 어떠한 생각을 할까?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 인간처럼 사유할 수 있기나 할까

온갖 상념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오후이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상상하며 이후의 세상을 생각해 보았다.

지금 흘러나오는 라디오는 그대로 흘러갈 것이고

앞에 지나가는 차들은 계속 달리고 있겠지.


모든 것이 변함없이 흘러가는 세상 속에

오로지 나라는 인간의 육신만 사라지는 것이라니.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마냥

거짓말같이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상상해 보면 이 세상은 너무도 평화로워 서글프다.

육신이 사라지면 영혼은 어떻게 될까?

미약한 인간은 죽음이 닥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들이 죽음을 다루었지만 그저 한낱 인간이 상상한 내용일 뿐

진실은 죽어봐야 알 수 있다.


존재라는 것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 날이다.

유서를 쓰러 가야겠다.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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