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용 May 22. 2023

광고, 광고할래

1. Hera - Hera loves SEOULISTA


0) 잡설


 내가 광고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 작품.

 유광굉 감독님의 'Hera loves SEOULISTA'


 유 감독님 특유의 세련된 감각이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작품이 별로라는 뜻은 절대 아니고, 특히나 이 광고에서 빛을 발했다) 이 당시 제일기획이 대행사로 진행했던 몇 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공통적인 키워드가 '서울리스타'라는 키워드였다.


 이 당시 주 관건이 해외 화장품과 맞붙었을 때 뒤지지 않는 '헤라'라는 헤리티지를 내세우는 것이었는데, 이 때문에 서울리스타라는 생소한 용어를 사용한 듯 보인다.

무려 오픈사전에 등재된...!

 이 때 특별히 내세웠던 또다른 모델(메인 모델은 전지현이었다)은 박찬욱 감독님인데, 이 때문인지 당시 광고를 박찬욱 감독님이 만들었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나도 찾아보기 전까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으니...


 아무튼 기획단에서 '세련미'와 '경쟁적으로 타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서울 여성'을 페르소나로 설정하였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연출은 28초쯤 전지현이 계단을 올라가며 상대 모델과 살짝 신경전(?) 후 계단 위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 당시 헤라의 브랜드 필름엔 한 장면씩 말 그대로, "우리 것이 최고여~"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장면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 장면처럼 'LOVE ALL, TAKE ALL or LOSE ALL' 광고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유유히 활주로를 벗어나는 전지현을 통해 그것을 보여준다.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광고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접근해보자.


1) 카피


당신은 왜 아름다움을

먼곳에서만 찾고 있을까


날 선 긴장감 사이

스치듯 보이는 여유 속에


과감함과 절제를 오가는

노련함 위에


진정 눈부신 순간들은

우리의 도시에 살고있었지


이제, 분명해졌을 거야


이 도시가 빛나는 이유는

바로 당신 이라는 것


당신이 없다면

이 도시는 완전히 아름다울 수 없으니까


HERA loves SEOULISTA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 광고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나는 글에도 '공간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카피는 그 측면에서 매우 훌륭하다.


 '당신은  아름다움을 먼곳에서만 찾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고 '긴장감 사이' '여유 속에' '노련함 위에' 라는 워딩으로 페르소나의 위상을 계속해서 옮겨 놓는다. 긴장감과 여유, 노련함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경쟁하는 서울 여성 이미지를 투영하고 이때까지의 문장들이 쌓아  긴장감을 다음 문장에서 터트린다.


 '진정 눈부신 순간들은 우리의 도시에 살고있었지'. 처음에 등장했던 '당신은 왜 아름다움을 먼곳에서만 찾고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답변을 던지며 긴장감을 해소한 셈이다. 뒤이어 나오는 '이제 분명해졌을 거야 이 도시가 빛나는 이유는 바로 당신이라는 것' 카피는 일련의 도치를 통해 '당신'이라는 상징을 강조하며 관객을 결국 페르소나에 최고조로 몰입시킨다. (노래도 이 부분이 클라이막스다)


 질문을 던지고, 긴장감을 쌓고, 해소하고, 몰입시키고, 이 모든 레이어가 공간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쌓아진 입체감이 흥미로운 점은, 영상에서 보여주는 상하, 깊이감, 로우앵글과 하이앵글 등의 공간감과 어우러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2) 비주얼


콘크리트, 궁궐 처마, 하늘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문화재와 현대 건축물의 어우러짐'이라는 특이점을 시사하며 시작하는 탁월한 첫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뒤이어 나오는 대부분의 시퀀스가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겠음을 암시하기도 하고, 특히나 어두운 벽면과 맑은 하늘을 대조적으로 배치하여 처마에 시선을 집중시키게끔 만든 점도 대단하다.


가장 짜릿한 장면

 이 광고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어두운 의상 남성들의 움직임에 역전하여 카메라 쪽을 응시하는 밝은 의상 모델. 특히나 조명을 통해 모델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손에 거머쥔 파일철들을 통해 이 여성이 직장인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녀의 머리, 메이크업, 액세서리, 의상 등을 통해 타겟층인 30대 직장인 여성을 확고히 설정한 부분도 아주 멋있다.

걸작 또는 지평선의 신비, 르네 마그리트

모델과 별개로, 그녀 양옆을 지나치는 남성들의 이미지는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분명히 이 작품 혹은 르네의 다른 작품에서 시각적으로 동기부여 받았다고 생각한다. 르네 작품은 워낙 여러 연출가들이 사랑하는 화풍 중 하나이기도 하니...






 어디 궁일까? 지미집 장비로 서서히 올라가며 보여주는데 단순히 넓은 궁의 외부 전경뿐만 아니라, '노련함 위에'라는 카피를 강조시켜주는 수직의 시선을 보여주는 듯하여 좋다. 특히나 이 컷 이전에는 돌벽 앞에 서있는 개성 넘치는 의상의 모델을 보여줘 말그대로 과감함과 절제를 표현하고 직후 궁궐을 보여주며 노련함을 강조하는 부분도 센스있다.

 학과 디자인 교수님이 디지털 무빙 수업때 보여주셨던 시퀀스. 김용지 모델의 마스크가 반투명하게 오버레이되는 모습도 매우 잘 어울린다. 이 컷도 그렇고 모델들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제 4의벽을 깸으로써 작품 속 페르소나들과 관객을 이어주는 듯한 효과를 선사한다.

메인 슬로건은 역시나 중앙에.


3) 음악


삽입된 음악은 <Andra Day의 City Burns>


 유튜브 댓글창을 들여다보면, 광고에 삽입된 bgm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만큼 배경음악이 굉장히 좋은 영향을 선사한 듯하다. 초반부 피아노 화음 진행만으로도 이미 승부가 끝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닌 음악이다. 매터스인류크는 광고를 제작하면서 음악 선정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데, 이 음악이 삽입되었을 때 광고주 모두가 박수를 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가사 역시 굉장히 광고랑 어울리는데, 일단 City Burns 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The scent of momentum fills the city air

추진력의 향기가 도시를 채우고 있어
Hear the heart beat, it's alive and draws you in

심장 박동을 들어봐, 생생하고 널 끌어들여.
Things will never be the same

모든 것은 달라질거야.

Ooh As the city burns [x3]

도시가 불타오르며.


 노래는 (아마도) 도시의 발전과 여성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광고에서 다루는 서울 여성 서사와 매우 잘 어울린다. 멜로디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개인적으로 훌륭한 bgm을 삽입했다고 생각하는 광고 한 편이 더 있는데, 헤라의 비교적 최근 광고인 시그니아 루미네소스 래디언스 퍼밍 세럼 광고이다.

<선우정아의 CLASSIC>. 헤라 광고는 BGM 선정 센스가 엄청난듯.


4) 끝마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인지라, 한 장면 한 장면 유심히 바라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하며 글을 써봤다. 유광굉 감독님 작품답게 완성도는 말할 것 없고, 광고를 보고 이야기 나눌 거리들이 많다는 점이 참 대단한 것같다.


 나도 언젠가 이런 작품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까? 명작을 보면 존경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멀리 앞서 나가있는 거장의 위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이젠 생긴다. 그러니 아직 햇병아리인 나는 이렇게 글이라도 써 나가야 한다. 글을 쓰며 이전엔 생각 못했던 관점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고, 대중문화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