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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 바른 토스트 Apr 26. 2024

백수인 내가 싫증나기 시작했다

[백수비망록 EP08] :: 또 다시 직장인이 되고 싶어

20대 초반에는 젊음을 즐기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해외여행을 몇 번은 다녀올 줄 알았다. 20대 후반에는 승용차 한 대쯤은 있을 줄 알았다. 30대 초반에는 넉넉한 통장 잔고와 함께 방 2개 이상의 구조를 가진 집을 가진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더운 여름 날 땀을 줄줄 흘리며 놀이터에서 뛰놀던 어린시절, 정말 순진무구하게 당연히 이루고 있을 줄 알았던 것들이다. 어른이 되면 다 그런 줄 알았고, 다 그렇게 사는줄 알았다. 20살만 되면 따라붙는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원하는 것들을 손쉽게 사고, 하지 못하는 것들을 손쉽게 하게될 줄 알았다. 서른이 넘은 지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금새 날씨가 후덥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4월이 되었다. 딱히 재취업하려는 직종과 관련된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았고, 정리해두지 않은채 10곳 정도의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지원한 것임에도 5~6곳에서 면접제의를 주었다. UX분야와 관련된 직무는 포트폴리오가 필수인 곳이 많았는데, 임금체불로 뛰쳐나오듯 퇴사한 회사에서 아무것도 챙겨나오지 못했기에 이전 직장에서 찍먹했던 UX와 관련된 작업물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세 곳의 에이전시 및 인하우스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결과는 당연히 모두 불합격이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면접을 보는 와중에도 제대로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면접을 보는 시간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지난 4개월 동안 밤새도록 공부하고, 제대로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면 조금 달랐을까? 최근 취업 시장을 보면 3~5년 정도의 경력자를 원하는 곳이 대부분인데다 빠르게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 부터 IT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어 손쉬운 합격은 어렵지 않았을까 라는 씁쓸한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생각없이 이곳저곳 집어넣은 이력서들의 결과가 불합격임을 당연하게 인지하는 상황에서도 '당신은 재취업에 실패하셨습니다.' 라고 못박히는 상황들이 생각보다 큰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내 생활 패턴 그 잡채



직장생활을 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반복되는 생활 패턴에 지치기는 하지만 일을 하며 주어진 업무를 마치고, 특정 프로젝트를 달성하며 느낀 성취감이 가장 달콤했다. 이도 저도 아닌 백수 생활에서 가장 갈구되는 것이 성취감이다. 내가 지금 가장 하고싶은 것이 뭘까 생각해 봤을 때 나는 일이 하고 싶어진 것 같다. 아싸리 생각없이 놀러다니고, 쉬었다면 억울하지라도 않았겠다. 영 마음이 심난하고 착잡해 글을 쓰는 일 조차 놓아버렸다. 나름 친구와 국내 여행도 다니고, 열심히 PT를 받으며 운동도 하고, 실컷 잠에 취해도 보았지만 마음 한 켠에 빠지지 않는 먼지처럼 존재하는 찝찝함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어정쩡하게 쉬고, 남는 것 없이 소비하고, 이도저도 아니게 깔짝대기만 한 것 같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인 공기 안에서 숨을 쉬는 것같다. 남은 실업급여는 약 3개월. 진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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