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터 바른 토스트 Aug 04. 2024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백수비망록 EP10] :: 인생 첫 실업급여 수급 만료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됐다. 일주일에 두어 번 운동을 하러 나갈 때를 제외하곤 집에서만 지내서인지, 피부에 와닿도록 뜨거운 여름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남겼던게 5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나의 인생 첫 실업급여는 수급 만료 되었다. 손쉽게 재취업이 되겠거니 안일하게 생각하며 하나하나 쌓은 업보빔을 호되게 맞고있다. 


5월 말을 기점으로 말도 안되는 무기력증이 왔던 것 같다. 책을 읽자,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자 뭐 그런 다짐을 했던 것 같은데, 모든 기억을 잃고 실신한 사람마냥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 100개는 훌쩍 넘게 이력서를 넣었음에도 면접제의는 커녕 이력서를 열람하지도 않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초조해지고, 고민이 많아지고, 걱정되는 마음에 잠시 편두통까지 왔었다.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 '-툭.' 하고 뭔가 끊어지는 듯 이런저런 생각도 감정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너 인생 살만한가보다."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백수생활이 적응되어 편안함을 느끼는 것과 분명 다르다. 정전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온몸과 머릿속 퓨즈가 나갔다. 아직도 밀린 급여는 받지 못했고, 민사소송도 법원 처리가 늦어 아직도 느리게 진행 중이다. 돈을 받지 못할까 안달이 나거나 화가 치밀어오르기 보다 이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다음 달 부터는 수입이 없다. 당장 취업이 어렵다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텐데, 20살 무렵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프레즐을 팔며 '난 이런 저런 일, 뭐든 다 할 수 있어.' 하며 돈을 벌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간절하지 않아서인가. 묵직하게 짖누르는 무기력함 때문일까.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 열중할 수 있는 대상도 없거니와, 그럴 기력 조차 없는 나날이 세 달을 넘기고 있다. 문득 이러고만 있다가 내일 죽으면 조금 억울하지 싶어 오랜만에 짧게 글이라도 남겨보자 싶어 노트북을 열었다. 사실, 딱히 할 말도 적어내려갈 만한 일화도 없다. 그저 배가 고프면 먹고 먹고 싶지 않으면 먹지 않고, 잠이 오지 않으면 이틀을 넘게 깨어있다 하루종일 죽은 듯 잠을 잔다. 이런 일상이 지속될 수록 나에게 독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있다. 그저 딱히 세상이 나를 억까하고 있다고 억울해 할 정도로 뭔가에 열정을 쏟아부은게 없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잘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에서 손꼽을 만 한 최악의 면접을 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