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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07. 2023

새 구두를 신는다는 것

하고 싶을 때보다 할 수 있을 때 한다

언젠가부터 구두보다 운동화를 즐겨 신게 되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어쩔 수 없이 구두를 신어야 할 때 발이 몹시도 불편해져서 그 자리만 파하면 잽싸게 운동화로 갈아 신게 되었다. 맵시보다 편한 걸 선호하게 되면서 나이 들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심지어 새 구두를 신으면 불편과 고통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오랫동안 신고 다니던 편한 로퍼가 닳고 닳아서 격식 있는 자리에 신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몇 년 만에 새 로퍼를 사고 오늘 처음으로 신었다. 10분쯤 걸었을까, 발볼이 조이고, 발꿈치가 쓸리면서 낡은 로퍼를 신고 나왔어야 했나 싶은 후회가 슬슬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새 구두를 신지 않고 신발장에만 넣어둘 수는 없고 언젠가는 신어야겠지만 오늘은 아닌 것만 같았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 크게 연관되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건 마치 새 구두를 신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뭔가 어색하고, 뭔가 삐그덕거리고, 맞지 않는 새 구두를 신은 것처럼 불편하고 통증이 동반하는… 그래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자마자 원래 해왔던 일처럼 편하고 익숙하게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묵묵히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발꿈치가 조금 까지더라도 계속 신다 보면 뻣뻣하던 새 구두도 부드러워지고, 알게 모르게 발이 편해져서 그동안 신었던 신발보다 더 잘 맞고 편해질 수도 있다. 그 과정이 불편하다고, 몇 발자국 걷지도 않고 벗어던지거나, 신발장에 모셔둔다면 영영 새 구두를 신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기 위해 출발선 앞에 서 있다. 생각보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마음과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순간순간 교차한다. 그래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인생 반환점을 지나고 나니 하고자 했던 일을 망설였던 수많은 순간들이 후회로 남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의 모토는 “하고 싶을 때 한다.” 가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한다.”로 바뀌었다. 망설이는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시간은 내 편이 아니라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새 구두를 신었을 때의 불편과 고통으로 머뭇거린다면, 머지않아 새 구두를 아예 신을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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