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조르바처럼 살 수 있다면...
지금 시각으로 보기에는 다소 오글거리지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1990>의 “Oh, Captain, my captain”과 Carpe Diem 은 입시지옥에서 청춘을 낭비하던 당시 고등학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키팅 선생의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고등학생들의 심장박동이 거세졌던가. 이 영화도 벌써 30년이 훌쩍 넘은 옛날 영화지만, Carpe Diem을 설파했던 진짜 고전이 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1943』에서 조르바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이에요. 말도 대충 하고 착한 일도 대충 하는 척만 하고 그러니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는 겁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해야지요. 못 하나 박는 것도 성실하게 해야 임무가 완수되는 거예요. 하느님은 대장 악마보다 어정쩡하게 반만 악마인 것들을 더 미워하시는 거요.”
조르바를 쾌락주의자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서전에서 조르바를 인생의 스승으로 꼽길 주저하지 않는다. 조르바는 Carpe Diem_이 순간에 충실하라_의 대표 인물로 손꼽힌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인생소설로 꼽는 사람들은 삶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인생의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던 조르바처럼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Carpe Diem이 다소 추상적이고 막연한 말이라면 좀 더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Memento Mori_죽음을 기억하라_도 있다. 해골, 시계, 촛불 등이 등장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에 함께 등장하는 문구가 Memento Mori인데 30년 전쟁(1618~1648) 이후 많이 그려졌다. 전쟁을 치르고 보니 인생의 허망함을 느낀 화가들에게 유행처럼 번진 그림이라는데 해골(죽음과 부패), 시계(한정된 시간), 꺼진 등잔과 촛불(시간의 경과), 책(지식의 무용함) 등의 사물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는 허무주의에 빠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찰나의 순간인 것을 상기하고 오늘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뜻이다. 처음 바니타스 정물화를 봤을 때는 섬뜩하고 기괴했는데 그 의미를 알고 보니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도 못 알아듣고 인생을 낭비해서야 되겠냐는 뼈 때리는 충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으니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메인 이미지.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