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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09. 2023

정리정돈을 위해 다이소 끊기

수납지옥에서 탈출하는 중입니다.

어릴 때부터 정리정돈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가끔 엄마는 내가 널어놓은 방을 정리해 주면서 “너는 다 좋은데 이게 문제다. “ 하면서 혀를 끌끌 차곤 하셨다. 모든 물건이 내 시야에 다 들어와야 마음이 편해지는 고질병이 있어서 “뭐든 쓰면 제자리에 놓기”라는 정리정돈의 기본이 안되어있었다. 


정리정돈의 달인들이 보기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지도 모르지만 내 기준으로 지금은 그나마 아주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30대 초반 처음 독립을 하고 원룸을 얻었을 때 방에 온갖 물건들이 쌓여있어서 방안에 길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할 정도로 위생관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설거지를 쌓아놓거나, 먼지가 쌓이는 일은 없었다. 단지 물건들이 많이 나와있을 뿐이었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등등의 동시다발 취미생활도 문제였다. 책을 읽을 때도 동시에 2~3권을 읽었고, 색연필과 물감, 스케치북 등 그림도구와 서예도구 문방사우가 널브러져 있거나, CD나 DVD도 여러 개가 나와있을 때가 잦다 보니 방안에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사는 집은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지만 집안에 있는 붙박이장 외에 3단 서랍장이 수납가구의 전부다 보니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폴딩선반, 폴딩박스, 수납 바구니 등을 하나둘 사들이다가 이제는 이것들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각자 흩어져 보관한 물건들을 헤쳐 모았더니 의외로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았고, 수납을 위한 물건들만 가득 남은 걸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리정돈을 신경 쓰기로 한 것은 어지러운 공간을 마주하고 익숙해지니 알게 모르게 게을러지고, 정신도 흐리멍덩해지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마음도 물건도 정리정돈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수납을 위한 물건을 사는 것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살림 유튜버들이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다이소, 이케아, 코스트코의 수많은 꿀템들을 볼때마다 '저건 사야해!'라며 달려갔던 지난 날들이 후회스러웠다. 특히, 그동안 저렴하다고 무시로 출입하던 다이소부터 딱 끊었다.  가득 쌓여있는 바구니와 수납용품들은 플라스틱의 무덤이고 공해였다. 


이제는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받는 ‘정리수납전문가’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만 봐도 나처럼 정리정돈이 서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정리수납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볼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내 물건은 내가 치워야겠다 싶어서 며칠 동안 정리정돈을 하다 보니 이제 집안에 빈 공간들이 꽤 나타나고 있다. 


여백이 많은 냉장고와 욕실을 제외하고는 온갖 물건들로 어지럽던 공간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니 관리도 수월해졌다. 청소할 때마다 예전에는 너무 많은 물건들이 나와있어서 이걸 언제 다 치우나 막막해서 그냥 포기하던 적도 있었지만 공간을 정리하니 청소와 관리도 짧은 시간에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치우고 보니 수납을 위한 수납을 멈출 수 있었다. 폴딩박스와 수납 바구니가 너무 많이 남아버렸지만, 그대로 두면 또 제자리로 돌아갈 것 같으니 필요한 분들에게 우선 나눠드려야겠다. 온갖 잡념으로 마음이 어지럽거나 집중력이 떨어졌다면 각 잡고 정리정돈을 해보자. 마음도 정리되고, 집도 정리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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