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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Oct 18. 2024

나와 거리두기 시전

상담과 코칭을 공부하는 자의 스텐스

삶에는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것, 그리고 '꿈'이나 '희망'이라고 부르며 추구하지만 닿을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심리학과 코칭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문제와 꿈 모두 언어와 인식을 토대로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와 관계한다는 것을 더욱 실감한다.


그렇다면 이것 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요즘 내러티브 상담과 코칭을 공부하고 있는데, 진리는 일맥 상통하는 것처럼 관통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내러티브 상담'에서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문제라는 취지에서 문제에 다른 이름을 붙여 탐색한다. 외재화 대화라고 부르는 이 과정에서 내가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고 문제를 내 존재와 분리하여 객관적으로 보고,  다루는 방법을 찾고, 나와 문제 사이의 관계를 재 정립하는 시간을 갖는다.


예를 들면 '나는 우울증 환자'다.라는 자기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우울증을 나의 속성으로 보고 압도당할 수 있다. 반면 외재화 대화에서는 문제에 이름을 붙여 객관화한다. 가령 우울증을 '낯선 손님'으로 명명하고 관찰하게 된다. 그 '낯선 손님'은 어떤 모양이고, 주로  언제 찾아오고,  언제 커지고,  나의 삶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탐색해 볼 수 있게 된다. '낯선 손님'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의 경험에 가깝게  탐색한 후 낯선 손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주도적인 선택의 과정을 통해 관계를 재정립하게 된다.


그런 내담자 스스로 입장 표명과 선택을 통한 자기 주도적 삶을 경험하게 하며 수동적 입장에서 자기 주도성과 정체성을 찾아나가게 된다. 한편 나와 분리하여 문제와 관계를 재정립 과정에서 문제와의 관계는 배척하는 결과만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관계를 맺거나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내담자 삶의 독특한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문제를 다루고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여정이다.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언어와 인식을 통해 변화가 가능한 것처럼 우리의 '희망과 꿈'도 마찬가지다.


"NLP Neuro Linguistic Programing'는 코칭 분야에 많이 활용되는 심리학 기법으로 질문과 대답의 소통을 통해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동기부여와 성취의 기술이다.

 

감각과 언어를 통하여 자신의 모습을 한발 떨어져 보게 함으로써 현실을 자각하고, 가치에 기반한 목표와 강점에 기반한 실천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현재 모습과 미래 모습을 그려봄으로써 내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유익인지 알 수 있게 되고 행동으로 옮기는 자각으로 이어진다. 변화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 모습이 어떤지 묘사하고 스스로 보기에 어떤지 질문한다. 이렇게 한 발짝 떨어져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경험은 변화를 결단하게 만든다.


우리가 변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를 정확히 보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문제에 휩싸여  포기 하거나 꿈이나 희망의 성취는 나의 삶과는 무관한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대입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꿈은 나의 영역 밖에 머무르는 단어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꿈을 실현하는 것을 보는 경험이 반복되어도 내가 그것을 이룬 상태는 좀처럼 그려보지 않는다.


NLP상담의 기본 전제 중 하나는 어떤 사람이 성공 한 것은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은 그를 향해 한 발짝 내딛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이 역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스스로 선택하는 personal agency를 강조하며 내담자의 주체적 선택과 실행을 강조한다.





내러티브 상담, NLP 상담 두 가지 모두 상담자의 질문과 답변의 의사소통을 통해, 그리고 이야기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각화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알아차림, 통찰을 유도한다. 언어와 이미지는 과거 현재 미래 경험을 재창조하면서 삶의 이야기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그리고 써나갈 수 있는 매체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고 공감하는 타인의 역할이다. 셀프 코칭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상담자의 무조건적 지지 관계와 소통을 통해 내담자는 긍정적 관계 경험을 하면서 상담자의 객관적 자세, 주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여 등을 모델링하고 안정적인 자기 상과 타인 상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어 자기상 및 관계 방식 개선에 치료적 함의가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그려가면서 내담자는 주저자, 상담자는 공동저자로서 삶의 이야기를 다시 쓰게 된다.


수십 년을 살면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언어, 대화, 이미지, 영상 등에 노출된다. 매일 쓰는 언어와 이미지들을 스스로의 삶을 위한 자극제와 촉매로 활용하지 못하고 타인의 삶을 그리는 용도로만 쓰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자기 삶을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지, 스스로 삶에 각본대로의 엑스트라가 될 것인가? 작가가 되어 내 삶을 주체적으로 써내려 갈 것인가?  한 발짝 물러서 보면 자원도 있고 꿈도 있고 도와줄 공동저자도 있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보고 경탄하듯이, 한 발짝 물러나 내 삶을 볼 수 있는 공정한 시선과, 그리고 조금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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