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을 그렇게 했으니, 뭐라도 해야 할 텐데 말이야...
디자인과 3-4학년의 우리들.
대학교 3학년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방황하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뭘 하며 먹고살지?’ 하는 막막한 고민 속에서 헤메고 있었으니까.
그 흔한 대학생이었던 우리.
아주 조금 특별했던 거라면...
D는 다리를 크게 다쳐 병원 신세를 졌고,
S는 과사무실에서 일하던 지박령이었으며,
나는 휴학생이었다는 사실 정도일까.
나는 학교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아니, 실제로 멀어졌다.
나의 ‘방황’은 휴학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으니까.
휴학하고도 이런저런 외주를 맡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딱.
이게 터지면서 대기업과의 프리랜서 계약이 파기되었고,
꾸준한 거래처였던 사업체 하나도 폐업해버렸다.
앞선 일련의 사건들은 어쩌면 현실에서 도망칠 핑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멍하니 2개월을 날린 난, 다시 일어나
조금이라도 '알찬' 휴학을 위해 미친 듯이 회사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학교 조별 과제나 발표에 자신 있던 나는, 면접에서도 입을 터는 것이 특기였어서, 면접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묘한 위안이 되었다.
"자신 있습니다!"
"잘합니다!"
"물론이죠!"
결과는 성공적. 지원한 회사마다 면접에 통과했다.
그러나 웃긴 것은, 그렇게 붙고 나면 정작 다른 핑계를 대며 그 회사를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 나.
이것도 도피였겠지.
회사를 들어가면 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부담감이, 그 무게가 나를 짓눌렀던 것 같다.
휴학을 끝내고 돌아온 나는 친구들과 창업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름하야 무모한 스튜디오. 그래, 이게 무모한 스튜디오의 시작이었다.
졸업 점수 채워주겠다며 친구들—S와 D—의 이름을 억지로 끼워 넣었더랬다.
솔직히 말하면 대학교에 쏟아부은 돈의 일부라도 환급(?)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창업 자금을 받아 매달 활동을 이어갔고,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잡지였다.
창간호 주제는 '알바(Part Time Job)'
마이너스(-)한, 그러니까 부정적인 감정을 다룬 잡지였다.
친구들과 염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로 시작했기에,
잡지에는 다크다크한 느낌이 아주 낭낭하다.
이 책의 포트폴리오 링크
4학년 머리가 그렇지 뭐.
희망찬 미래보단 불안한 현실을 보는 게 마지막 학년의 숙명이니까.
곧이어 맞은 2020년의 겨울,
휴학생이었던 나는, 휴학하지 않고 졸업을 선택한,
날 앞지른 대학 친구들의 졸업전시를 보러 갔다.
세상에! 전시를 보고 나니 심란해졌다.
'다들 생각보다 잘 먹고 잘살겠구나...'
'난 어쩌지? 난 졸업전시 이렇게 준비할 자신이 없는데...'
그날, 강남의 전시장 옆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S, D와 다시 모였다.
졸전 감상이 비슷했는지 우린 서로를 닮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더랬다.
"이야~ 다들 잘했더라! 우리는 어쩌냐? 졸업은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졸업하면 뭐 해? 하하!"
떠들다 조용해지고, 다시 떠들다 조용해지고…
대화는 한숨으로 자주 끊겼다.
고장 난 듯한 우리는 카페인과 염세에 취해, 몇 잔씩 음료를 시키며 그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마침내, 우리의 하잘것 없는 대화는 이 결론에 다다랐다.
졸업 전, 마지막 프로젝트를 해보자.
대학교의 마지막을 조금은 특별하고, 무모하게 끝내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였다.
그렇게 우린, 가장 자신있는 책을 한번 더 만들기로,
두번째 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게 우리를 묶어줄 '무모한 스튜디오'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STUDIO MU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