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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 말고 브랜드 팔아요

런던 베이글 뮤지엄 (London Bagel Museum)

by Alice


한국에 살 때 자주 가던 카페들이 있었다. 외국 여행 온 것처럼 꾸민 인테리어, 맛있는 빵과 커피. 사실 맛도 좋았지만, 사실 맛보다는 '힙한 곳에 있는 나'라는 만족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근데 이게 벌써 거의 6-7년 전 이야기다.

2-3년 사이 폭풍 성장한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이 성공한 걸 보면서 한번 뜯어보고 싶었다.


런베뮤는 왜 성공했을까.

그저 예쁜 인테리어나 맛있는 메뉴 때문일까. 그런데 서울, 아니 전세계에 그런 카페가 한둘인가.


브랜드 분석을 하면서 내가 발견한 것은 런베뮤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확고한 정체성으로 경험을 파는 공간

'백억짜리 아침식사'에서 나온 런베뮤 대표(이효정)가 말했다. "남들 따라가지 않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며 끊임없이 시도했다"고.


그래서일까. 런던 + 뮤지엄를 테마로 한 그녀만의 독특한 감각이 매장에 들어서면 확 풍긴다.


인테리어부터 음악, 벽의 그림, 소품, 심지어 포장지까지. 모든 것이 런베뮤 정체성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다.

이는 특히 소셜미디어에 일상을 올리는 MZ세대에게 런베뮤 방문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된다.


출처: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스타그램


타이밍도 완벽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혔을 때, '국내에서 해외 감성'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런베뮤는 이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해서 여행 목마른 젊은 세대에게 깊은 대체 경험을 제공했다.


지금도 인스타를 보면 새로운 매장이 오픈할 때마다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페인트칠하고 인테리어를 꾸민다.

그만큼 보여지는 것을 맛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런베뮤 공사.png 출처: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굿즈 라인을 늘리고 있다. 포니 인형에 이어 텀블러, 컵, 에코백까지. 사람들이 런베뮤를 단순한 카페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뛰어난 수익 구조와 효율적 운영

잘 나가는 카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봤다. 베를린에서도 핫한 카페가 알고 보니 수익 구조가 엉망이라 쉽게 문 닫는 걸 보면서 놀랐다. 그런데 런베뮤 재무제표를 살펴보니 회(계)알못도 놀랐다.


2024년 기준 매출 800억에 영업이익률이 30% 가까이 된다. 식품업 평균은 5%, 심지어 성심당도 25%니까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원자재 직수입으로 원가율이 확 낮아졌고, 임차료 비중도 매출 대비 2.8%로 엄청 낮다.


마케팅 비용도 폭풍 성장한 2024년 기준으로 봐도 전체 매출의 2% 미만으로 굉장히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브랜드의 힘 덕분에 비싼 광고 없이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니까. (참고로 해당 정보는 오늘부터 회계사 유튜브 비디오를 참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성공했는데도 홈페이지나 여러 SNS 채널을 늘리지 않고, 인스타그램 하나와 카카오톡으로만 운영한다는 것. 그만큼 브랜딩, 맛 등 런베뮤가 내세우는 초심과 본질에만 딱 집중하는 느낌이다.


맛과 조합의 창의성

베이글 맛도 그냥 무난한 수준이 아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쫄깃함과 다양한 크림치즈 조합이 특별하다.

또한, 실제 인기 메뉴를 보면 감자치즈 베이글, 브릭레인 샌드위치 등 창의적이다. (사실 내가 제일 추구하는…ㅎㅎㅎ) 흔한 기본 베이글+크림치즈는 거의 없다.

출처: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스타그램

가끔 런베뮤 인스타그램을 보면 여러 메뉴 조합을 직접 추천해준다. 여기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맛 조합을 찾고, 그걸 SNS에 공유하며 재미를 느낀다. 단순히 베이글을 먹는 것 이상의 경험을 만든 셈이다.




결국,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성공은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 효율적인 운영, 맛과 경험의 창의성이라는 요소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랜딩이 진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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