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보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

아트 바젤; 환경이 바꾸는 나의 취향과 정체성

by Alice

내가 보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

우리는 생각보다 환경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새삼스럽지만,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요즘 유럽은 날씨도 좋고, 바깥 활동하기 딱 좋은 계절.

특히 지금은 바젤 아트위크(Art Basel) 기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예술 행사도 많고, 분위기가 들썩들썩하다.

(가고 싶었지만 가진 못했다 ㅠㅠ)


참고로 아래 사진은 무려 바젤 프리뷰에서 950만불에서 팔린 Ruth Asawa의 작품....

철조망 하나로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한 그녀는 Goat.

Screenshot 2025-06-20 at 11.21.32 AM.png Ruth and her children at home, 1957.Photograph © @imogen.cunningham.trust, Artwork © 2021


내가 팔로우하는 여러 예술 관련 인스타 계정에서도 업데이트가 쏟아지고 있고.
그런 걸 보다 보면, 베를린에 살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전시회를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게 꽤 감사하게 느껴진다.

물론... 나만 부지런하면 되는 이야기지만.

(근데 솔직히 사람 많은 데 가기 귀찮...)


특히 독일에 살다 보면, 예술작품 안에서

1, 2차 세계대전이나 나치 시대와 관련된 역사적 서사나 그 잔재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자주 보게 된다.

얼마 전에 다녀온 전시도 그랬다.

내가 즐겨찾는 C/O Berlin에서 열린 Julian Rosefeldt라는

영상 작가 출신 아티스트의 전시 <Nothing is Original>.


개인적으로 설치미술 좋아하는 편이라, 전반적으로 꽤 흥미롭게 봤다.

그는 영상 작가답게 이미지와 서사, 이데올로기 구조에 대한 질문을 중심에 둔다고.
(전시 소개글 보니까 이번 주제는 고전 영화 장르와 TV 포맷의 해체라고.)


Screenshot 2025-06-20 at 11.26.25 AM.png The Ship of Fools, 2007© Julian Rosefeldt, VG Bild-Kunst, Bonn, 2025


또 다른 큰 축은 역사와 이데올로기.
예를 들어 Meine Heimat ist ein düsteres, wolkenverhangenes Land (2011) 같은 작품에서는

‘Heimat(독일어로 고향이란 뜻)’이라는 단어에 담긴 이데올로기적 의미와

자연 풍경에 투영된 국가 정체성을 비판적으로 다룬다고. (전시 카탈로그 참고).


결국 자신이 살아온 환경, 역사, 사회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유럽처럼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은 지역에서는 더더욱.


근데 이런 건 예술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더라.

우리가 평소에 소비하는 미디어도 결국 주변 환경에서 나온다.


나는 독일에 살다 보니, 한국 미디어 접하기가 꽤 어렵다.
유튜브가 있긴 하지만 정규 방송은 보기 힘들고,
관심도 예전보단 줄었고...


넷플릭스 덕분에 가끔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챙겨보지만,
그마저도 한국이 아닌 국가에서는 늦게 올라오거나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보다 보면 결국 서구권 중심의 콘텐츠를 접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 콘텐츠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그 존재 자체를 까먹고 살게 된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접하면 괜히 낯설고,
“어..? 왜 저게 유행이지?” 싶은 순간도 생긴다.


그럴 땐 내 스스로가 좀 낯설다.
나는 분명 한국 사람인데 한국의 문화가 낯설게 느껴지는 묘한 순간.


혼자만 다른 별에 떨어진 것 같고,
독일 사람도 아니고, 유럽인도 아닌...
정체성이 부유하는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랄까.


물론 다행인 건, 한국에 다녀오거나 한국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다 보면
며칠 안에 다시 본래의(?) 나로 돌아온다.
"아, 나는 결국 한국인이구나" 싶어짐.

또한 이 느낌을 절실히 잊고 싶진 않고...


결국 내가 사는 환경, 내가 자주 보는 것들에 따라
내 생각이나 시야, 관심사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거기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거 같다.


그렇기 떄문에 내 주변의 환경을 의식적으로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꿔나가고 마음에 안들면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제는 아트 바젤 작품들 좀 찾아보다가 문득 한국 예술이 보고 싶어졌다.
한국의 역사, 이데올로기, 정체성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예술가들..


그래서 결론은, 이번 주말엔 한국 예술 작품이나 전시 좀 찾아보자.


쓰레드처럼 짧게 쓰려고 시작했는데 뭐지..

또 글이 길어졌네, 우당탕탕.


무해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일상을 채워갑시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