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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Jan 07. 2024

러시아인들의 제주, “소치”에 와보다!

러시아/소치ㅣ와장창창 정신없이 흘러간 1년을 보내며, 무작정 떠나다

지난 터키 여행 이후 반년동안 일에, 회사에, 묻혀 지내왔다. (연말엔 거의 매일 야근, 주말 근무 하는 바람에 브런치도 한참을 쉬었다..) 그렇게, 어떻게 반년이 흐른 건지 눈치도 채지 못하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1-2달에 한번 어디든 다녀오지 않으면 궁둥이가 근질근질하던 내가, 한눈팔새 없게 해 주었던 2023년의 하반기.

야근 후 눈길 헤치며 집 가던 길. 워라밸 따윈 없던 워워워 2023년


신년 연휴는 1월 1일부터 8일까지로 러시아에서 가장 긴 휴일이다.


그럼에도 회사의 마감 기한 때문에 남들 다 노는 때 일하게 생긴 나. 보통 최소한 일주일은 걸리는 업무였기에 연휴는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웬걸? 하늘이 도왔는지 2-3일 만에 다 끝냈다. (운이 좋았다.)


이렇게 남는 휴일 날려먹을 수 없지 하며, 눈이 돌아 바로 다음날 떠나는 소치행 비행기 티켓을 질러버렸다!


평소 10,000 루블(15만 원) 이면 왕복해서 다녀올 걸, 30.000 루블(45만 원)에 비행기 티켓을 샀다. 그래도 그동안 너무 스스로 고생했다 싶어, 플렉스 하자는 마음으로 결제..!




러시아 소치


러시아 사람들이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도를 가듯 찾아가는 휴양지. 여름에 바다 물놀이를 하러들 많이 떠나지만, 겨울의 설산과 스키를 위해서도 사람들이 찾아간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화를 유발하는(?) 2014 동계 올림픽 이후론 세계 많은 이들에게도 알려졌지만, 주로 러시아인들이 메인 관광객인 곳이다.


요 위에 보이는 지도가 “Большой Сочи”, 즉 큰 소치다. 소치는 소치(시내) 와 아들레르, 크라스나 폴랴나 등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소치, 하면 주로 생각하는 건 Большой Сочи, 직역하면 ”큰 소치“다. 이 ”큰 소치“ 안에서 관광객들은 그냥 소치(?) 즉, 소치 시내와 아들레르, 크라스나야 폴랴나 이렇게들 많이 가곤 한다.


나의 3박 4일 소치 여행의 메인 코스는 이러했다.


1일 차 : 소치 - 해안가 구경 (소치 시내 숙박)
2일 차 : 소치 - 스탈린 다차, 덴드라리 식물원
             (크라스나야 폴랴나 숙소로 이동해 숙박)
3일 차 : 로자 후토르 설산 구경
4일 차 : 크라스나야 폴라냐 숙소 및 근처에서
              시간 보낸 후 모스크바 복귀


와보기 전엔 감이 잘 안 왔는데, 소치 시내 쪽은 말 그대로 시내와 관광지. 아들레르는 약간 한적한 느낌 나는 해안 휴양지. 크라스나야 폴라냐는 설산 구경하는 자연자연한 곳 느낌이었다.


소치 시내는 도시스러웠기에, 시골감성을 추구하는 나에겐 하루면 충분했고..! 소치에서 1박, 크라스나야 폴랴나 쪽에서 2박 하기로 한건 잘 한 선택인 것 같았다!



비록 도시스러운 소치였지만 러시아에, 그것도 겨울에 야자수가 널려있다는 게 참 이색적이었다. 새해가 따뜻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패딩을 입고 다녔는데 모스크바의 영하 20도로부터 점프한 나에겐 너무 더워서, 반팔에 카디건 하나 입고 돌아다녔다.



숙소에 짐을 내려두고 해안가로 가는 길!

소치 시내에 식당들은 다 해변가에 몰려있어 숙소도 “소치 항구“ 기준으로 잡으면 된다. 나도 도보로 숙소에서부터 걸어갔다.


소치 시내의 관광명소. 소치 항구. 들어서자마자 요트 주인 아저씨들이 요트 타보지 않겠냐고 호객 행위를 한다.

도착한 소치 항구. 생각보다 물이 에메랄드 빛이라 놀랐다. 더욱이 내가 도착했을 무렵 해가 지고 있었는데, 석양이 더해져 매우 아름다웠다. 나처럼 1월에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4시 반을 기억하자. 석양을 봐야 하면 무조건 4시 반에 끼워 넣을 것!


오랜만에 보는 바다와 석양은 부산 출신 나에게 충분히 새해 기분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모스크바 오기 전까진, 심지어 서울에서 직장을 구해서 일할 때도 우리 가족만의 새해맞이 전통을 지키러 늘 부산에 갔었다.


기장 해안가에서 해를 보며 가족 다 같이 소원을 빌고 돼지국밥을 먹는 것..!


물론 모스크바에서도 새해맞이 세리머니(?)를 했지만 기분이 그리 나지 않는 것 같았는데..! 돼지국밥이 없긴 했어도 ㅎㅎ 바다에 와서 해를 보니 진짜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새삼 몸에 밴 습관은 어쩔 수 없구나 생각한다.



소치 바다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파도가 매서운 게 동해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부산 바다 같아 괜히 익숙한 기분이 들었고, 지는 석양임에도 거기다 대고 소원을 열심히 빌었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2023년엔 일 너무 많이 했으니.. 새해에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벌게 해 주세요!!!!! ㅠ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고, 따뜻한 사람에겐 따뜻함을 잃지 않는 내가 되게 해주세요!!!!!!!!




그렇게 해안가를 조금 걸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왜 패딩을 입는지 이해가 됐다. 바다 바람에 나도 어쩔 수 없이 경량 패딩을 꺼내 입었다. 모스크바 부심을 버리고 바닷바람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여름엔 여기서 들 수영을 하겠구나 상상하며 걸었다. 지금은 모두 패딩을 껴입고 벤치에 앉아있는 게 다인데, 여름 소치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허기져서 아까 본 소치항구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테라스에 앉기에 그리 춥진 않아서 밖에 앉아 낭만을 즐기기로 했다.


* 식당 : Miramar ( https://maps.app.goo.gl/wQYKXVQKHkF7LhTL7?g_st=ic ​h)


전등이 알고 보니 히터라, 따뜻하다. 담요도 준비돼있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소치 항구 야경을 보고 있자니 휴가 온 기분이 든다.


스테이크 대만족. 종업원도 친절했다.


완전 메인 관광지라 많이 비싸려나 했는데, 모스크바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았다.


나름 기분을 내보겠답시고, 메뉴 중 비싼 축에 속했던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스테이크 가격이 100g 당 얼마인지 메뉴에 써져 있음을 이해했음에도 종업원이 이거 300g 나올 건데 그럼 얼마인지 알지? 하고 몇 번을 되물었다.



대충 먹고 일어설까 하다가, 지난 한 해 고생했던 나를 칭찬하는 자리니까, 거나하게 먹어보자 싶어 디저트에 칵테일까지 시켜보았다.


귀여운 곰돌이 두 마리가 함께 온 칵테일 도수가 제법 셌는지 술기운이 돌았다. 치즈케이크에 함께 나온 시즌 과일이 홍시였는데 괜히 한국스러워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즐겼다.



저녁 먹으며 보았던 낚시 하는 아저씨들의 모습.

아저씨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낚시를 하는 걸까,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까 홀로 상상해 보며 식사를 하자니 그리 고독하진 않았다.


사진도 비뚫어진 것 같은건 기분 탓


이대로 숙소에 가기엔 아쉬워, 술기운에 살포시 젖은 채 2차로 향했다!


* 펍 : Frau Marta ( https://maps.app.goo.gl/R9WWxjpdHwknoLhq5?g_st=ic )​

해안도시라 그런지 주문한 타이거새우 맛이 일품이었다. 홀로 떠난 여행이라 정신 단디 차려야 한단 생각에 술은 조금 남기고 새우 클리어 한 뒤 숙소로 복귀!


이번 여행의 모토는,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수고한 나를 도닥이며 새로운 2024년을 시작할 힘을 충전해 가는 것!! 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2일 차!

(는 다음 편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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