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NAUL)의 '두유노클럽' 입성을 소망하며
한국에는 '두유노클럽'이 존재한다.
Do you know 김연아?
Do you know 싸이?
Do you know 손흥민?
Do you know BTS?
이 '두유노클럽'에 꼭 입성했으면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얼이다.
흔히들 말하는 '김나박이'의 나얼은 앤썸(Anthem)으로 데뷔해 브라운아이즈(Brown Eyes)를 거쳐 현재 브라운아이드소울(Brown Eyed Soul)의 메인 보컬로 두말할 필요 없는 대한민국 탑 보컬리스트이다.
하지만 앤썸 시절(1999년) '이소라의 프러포즈'라는 음악프로 출연을 제외하면 나얼은 전혀 대중 앞에 서지 않았다. 간간이 브라운아이드소울 & 솔로 앨범으로 음악적 활동과 개인 전시회(나얼은 미대 출신 화가이다)를 제외하고 다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얼은 콘서트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희귀 포켓몬보다 더 귀한 존재였다.
그랬던 나얼이 갑자기 대중 앞에 서기 시작했다.
2020년 12월 7일 나얼 유튜브 채널 나얼의 음악세계(NAMMSE) 오픈
2021년 6월 19일 MBC 놀면 뭐하니? MSG워너비 편 방송 출연
2021년 5월~ing 멜론 스테이션 Diggin' On Air 진행 (with 에코브릿지)
팬들에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나얼이 'Ballad Pop City'와 'Soul Pop City'라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프로듀싱한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프로듀서로서의 나얼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시아준수-나의 밤(2015), 아이유-봄 안녕 봄(2021), MSG워너비-나를 아는 사람(2021)등이 있다.
'Ballad Pop City'는 성시경-태연-나얼로 이어지는 릴레이 공개 형식의 발라드 앨범으로서 성시경의 '아픈 나를'(2022.12.27)과 태연의 '혼자서 걸어요'(2023.02.02)가 공개된 상태이다. 두 곡 모두 나얼의 향기가 짙다. 두 곡의 뮤직 비디오를 이어지게 연출 한 부분 역시 프로젝트성 앨범에 어울리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Soul Pop City'(2023.01.12)가 공개되었고 이 앨범은 나얼의 15년 차 팬으로서 정말 반가웠다. 나얼이 마지막으로 노래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앨범은 2019년, 솔로 앨범은 2020년이었기에 무려 3년 만에 본인의 목소리를 담은 앨범이었다. 결정적으로 이번 앨범을 더 기대한 이유는 나얼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음악의 색깔만을 담아서 발매한 매니악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나얼의 음악적 색깔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발라드이다.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없더라도 대부분 나얼의 '바람기억'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얼표 발라드는 특유의 전주와 코러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의 미친듯한 애드리브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에게 애절한 감정을 선사한다. 나 역시 나얼 노래 중에 '같은 시간 속의 너'를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국내 발라드계에는 나얼을 비롯해 굵직한 이름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다른 가수들이 감히 나얼에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있으니, 두 번째 음악적 색깔, 바로 R&B/Soul이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R&B/Soul이라는 장르는 대중성이 없다. 나얼의 히트곡은 전부 발라드이고 본인이 진정으로 돋보이는 R&B/Soul의 색깔을 지닌 곡들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2005년 발매된 리메이크 앨범 'Back To The Soul Flight'의 수록곡인 '귀로'가 대중들에게 나얼의 R&B/Soul 색깔을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었다.
어느 자리에서든 음악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R&B/Soul을 좋아한다고 하면 상대방도 그렇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난 (나얼의 이름이 언급되길 기대하면서) 오 누구 듣는데?라고 물어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비슷하다. Jay Park, Crush, DEAN, Zion T, Colde 등을 얘기한다.
나도 이 가수들의 음악을 즐겨 듣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통 R&B/Soul과는 거리가 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이들은 요즘 트렌드에 걸맞은 세련된? K-R&B/Soul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인종으로 음악의 장르를 구분할 수 없지만, 흔히들 R&B/Soul 장르라고 하면 흑인음악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R&B/Soul이란 1960년대 흑인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음악이다. 대표적으로 Stevie Wonder, D'Angelo, Babyface, Jodeci, Boyz II Men, Whitney Houston, Brian Mcknight, Alicia Keys, Mariah Carey, Musiq Soulchild 등이 있다. 워낙 역사가 긴 장르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끝이 없기에 자세한 설명은 위키피디아 혹은 나무위키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중에서도 나얼이 추구하는 음악은 Motown, Philiadelphia Soul(Philly Soul), Contemporary R&B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얼이 진행하고 있는 멜론 스테이션 Diggin' On Air를 들으면 잘 알 수 있다)
1. 널 부르는 밤 (Sound Doctrine - 솔로 정규 2집 )
2. I Still Love You (Soul Pop City - 솔로 싱글)
3. Gloria (Sound Doctrine - 솔로 정규 2집 )
4. Better Together (It' Soul Right - 브라운아이드소울 정규 5집)
5. 밤의 멜로디 (SOUL COOKE - 브라운아이드소울 정규 4집)
국내 음악 차트를 보면 아쉬울 때가 참 많다. 팬덤이 두터운 특정 가수들이 차트를 장악한다. 차트 순위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위권에 있을수록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좋은 음악을 찾는 수고스러움을 덜어주기 때문에 차트 상위권에 있는 음악을 듣지 않는가)
K-POP의 현주소는 아이돌 음악이다. 그렇기에 외국인들 또한 K-POP=KOREAN IDOL이라고만 생각한다.
아이돌 음악을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NewJeans를 굉장히 좋아한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K-POP의 틀이 굳어버린다면 다른 장르의 가수들 혹은 개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소수의 마니아층만을 보유한 가수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일 것이다. 또한 음원 시장 역시 수익을 위해 아이돌 음악에 지금보다 더 집중포화될 것이다. 결국 K-POP은 다양성을 잃고 비슷한 리듬, 음악적 전개, 퍼포먼스만을 보게 되지 않을까?
나얼 노래가 차트에서 1등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얼처럼 개성이 뚜렷한 음악적 색깔을 보유한 아티스트들이 K-POP의 한 부분으로서 더 많이 부각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K-POP 안에는 '아이돌 영역'만큼 훌륭하고 세계인들에게 알려야 할 다양한 면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얼 혹은 개성이 강한 가수들이 언제가 '두유노클럽'에 입성하여 현재 아이돌 음악으로 굳어가고 있는 K-POP을 "refresh"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