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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쿠 Jun 13. 2023

현대자동차 광고를 기다리는 이유

내가 좋아하는 현대자동차 광고 시리즈

우리 회사에서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워크플레이스(Workplace)를 사용한다. 


내가 속해있는 글로벌 부서는 국제 광고 게시물을 담당하고 있다. 단순히 국제 광고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정해진 테마를 바탕으로 광고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여 게시한다. 직원들에게 해외 광고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주자는 취지에서 순서를 정하여 게시하고 있다. 


내가 담당한 첫 번째 게시물은 일본 이외의 아시아 광고들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현대자동차 광고를 정했다. 


현대자동차 광고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애플 광고가 끝나고 애플이라는 문구가 나오기도 전에 애플 광고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현대자동차 광고 또한 특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서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수많은 현대자동차 광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1. Next Awaits (2019) 

https://youtu.be/v1 N9 CEAc2-0

워크플레이스에 소개한 광고. 현대자동차가 어떠한 브랜드인지 소개하는 글로벌 광고이다. 자동차에 초점을 두지 않고 브랜딩을 목표를 만들어진 광고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품 광고보다 훨씬 어렵다. 한 기업의 철학과 비전을 짧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브랜드 광고보다 제품 광고를 더 많이 만든다.


광고의 제목만 보면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줘야만 할 것 같지만, 광고는 과거로 돌아간다. 시간이 역행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고, 초창기의 현대자동차와 과거의 대한민국을 재현하는데 전부 CG기술을 사용했다는 점 또한 놀라웠다. 


그렇게 광고는 해방 이후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광고 후반부의 내레이션 

But before any of this, we rebuilt our country. Stone by stone. By the hands of one man driven by a desire for better.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이 나라를 재건해 왔습니다. 돌 하나하나를 해쳐가며. 더 나은 것에 대한 열망에 이끌린 개인들의 손에 의해.


뭉클한 내레이션 이후 바로 수소차로 전환되는 연출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단한 성장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고, 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함께 나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고 생각한다.  


2. 2020 성공에 관하여, 현대자동차 GRANDEUR 프리런칭

https://youtu.be/er8 SrXoCxCc

영상미 그리고 음악까지 완벽한 광고. 


돌이켜보면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앉아서 얘기하던 순간들은 정말 소중했다. 할 얘기가 어찌나 많았는지, 미래에 관한 얘기는 매번 등장하는 단골 주제였고, 광고 역시 그 부분을 그리고 있다.


1993년 배경에 걸맞은 디테일을 연출한다.  

듀스 1집, 타이틀 곡 ‘나를 돌아봐’ 

소니 디스크맨 D-127

헤드셋

캠코더

철길

남학생들의 패션

헤어스타일


그 당시의 갬성을 너무 절묘하게 그렸다. 


대사도 딱 두 마디

우리 이다음에 성공하면 뭐 할까?


그랜저 사야지.


음악은 듀스의 ‘나를 돌아봐’에서 Ben E. King의 대표곡 ‘Stand by me’로 전환되고 새로운 그랜저가 영상에 등장한다.


30초 동안 감성과 공감을 모두 잡은 굉장한 임팩트를 보여준 광고라고 생각한다.


3. 2020 성공에 관하여, ‘퇴사하는 날’

https://youtu.be/Rive02 rPWaI

이 광고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광고이다. 


광고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윤경호 배우가 “저 차 얼마쯤 하니?”라고 하는 부분을 아버지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한 때 근사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둘이서 “저 차 얼마쯤 하니?”를 따라 했었다. 


직원들끼리 퇴사하는 박 차장을 바라보면서 애써 부럽지 않은 척을 하지만, 박 차장의 새로운 그랜저를 보고 부러움의 경지는 최고조로 올라간다. 특히 마지막 대사와 표정은 어느 영화의 명장면 부럽지 않게 윤경호 배우가 맛깔나게 살려주셨다고 생각한다.


건물 안에 갇혀 유리창에서 박 차장을 바라보는 직원들과 달리 새로운 도전을 위해 퇴사하는 박 차장의 얼굴은 밝아 보이고 자유로워 보인다. 즉, 도전과 자유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강조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랜저 '2020 성공에 관하여' 광고 시리즈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성공=그랜저라는 사고방식을 언론에서 비판했다.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오래전 일이고, 성공의 척도를 오로지 부(富)만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의견들도 있었다.


4. 그랜저, 2021 성공에 관하여 '아들의 꿈' (2020)

https://youtu.be/fZsYrDFSpQA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랜저는 2021년에도 다시 한번 '성공에 관하여' 시리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공=그랜저라는 공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성공의 개념으로 광고를 만들었다.


더 글로리를 통해 화제가 된 정성일 배우가 아버지로 등장한다. 

현우야, 너 이다음에 어떤 사람 되고 싶어?


아들에게 이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성공적인 아들의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린다. 


여기서 아들은 묵직한 한마디로 아버지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크게 한방 먹인다.


착한 사람


그렇다. 사실 착한 사람이 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5.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 - 빗방울편

https://youtu.be/fJQ2 GGib7 mw

누구나 차를 타면서 빗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빗소리는 알게 모르게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이 광고는 그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오로지 빗소리만으로 승부를 보는 이 광고의 기획은 파격적이고 그만큼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의 광고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특유의 갬성을 녹여 광고를 만들기 때문에, 보통의 광고들과 다르다.
그 갬성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회가 있다면 꼭 현대자동차 광고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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