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가 손목을 쪼는 꿈은 따스했다
붉은 포클레인이 숲을 무너뜨리는 대낮을 보고 난 후
몸 상하는 것을 조심하라는 해몽이 떠올랐다
새가 손목을 더 깊이 쪼아댔다
새들이 내려앉을 곳은 없어지고
저린 손목에는 공중의 노래가 알처럼 모였다
향기로운 목질은 사라지고
생목 냄새가 올라왔지만
부러진 나무 대신
손목을 내놓았으니
새들이 사라진 자리가 욱신거리는 저녁
꿈은 내 몸을 따라 떠돌았다 새는 나무를 향하다가
곧장 부리를 내리꽂았다
2
손목이 부러진 꿈이었다
손목 깊숙한 곳에 나이테가 파였다
귀신새가 제 새끼를 안아 기르던
벌목된 숲에 손목을 품고 간다
나를 깨우는 귀신새가 울던 산속의 메아리 베어지고
가느다란 호각 소리 내며 찬 공기를 밀어 보내면
새끼를 위한 일은 손목을 돌리며 밥을 짓는 것이라고
일러주던 당신
뒤늦게 찾아온 숲
나의 음울, 음색에 어둠새는 고요를 새겨넣고
뾰족한 어금니가 박혀 있는 듯
숲이 자라나는 속도로 멈춰야 했지만
산은 무엇을 뱉어냈는지
구덩이마다 온기가 남아있었다
등 뒤에서 긴 그림자 쓰러지는 소리
휙 돌아들 때
다시금 나이테가 회오리치고
아픈 손목을 돌리며 밥을 짓는 일
그 소리에 다녀온 날 나는 잘린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