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회식이라고?
우리는 영화나 방송을 보고, 또한 뉴스를 들으면, 직장인들은 매일 같이 야근에 회식하는 줄 안다. 예전 어떤 코미디 프로에서, 시골에선 모두 경운기 타고 등교하는 줄 알듯이. 실제로 우리 회사에 저녁 7시나 8시쯤 잠시 들어와 보면, 거의 아무도 없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직원 중에 야근하는 경우는 10% 미만이다. 내가 근무한 거의 모든 기업 (대부분 대기업이거나 중견기업)에서 직원 불만사항을 물으면 야근이 많다는 답이 항상 나온다.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기 전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야근 시간을 집계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야근을 한 번도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 경우도 많다.
수능날은 춥다는 속설이 있다. 기상청 통계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마, 추운 수능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그 추운 날의 기억이 다른 따뜻한 날의 기억보다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수많은 정시 퇴근의 기억보다, 간혹 있는 야근의 기억이 강하게 남았나 보다. 물론 마감 기일을 앞두고, 중요한 보고를 앞둔 경우, 월 마감을 해야 하는 부서의 월말, 이런 경우 야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야근이 마치 일상인 것처럼 얘기하면, 다들 자기들도 매일 야근하듯이 떠든다.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부서는 반드시 특징이 있다. 근무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의 경험을 얘기해보자. 업의 성격상, 즉, 일정 기간 내에 (주로 3-6 개월의 단기간)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하는 이유로, 하루하루가 치열하게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어떤 팀은 매주 주말 출근해서 근무한다, 물론 주중의 야근은 기본이고. 그런데 어떤 팀은 한 번도 주말 근무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근무한 5년 동안, 우리 팀은 주말 근무를 한 적이 총 2 회에 불과하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시간 외)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많이 하는 사람은 그 일하는 습관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것이다.
회식도 마찬가지. 이젠 일 년에 손꼽는 횟수로 회식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소주 광고나 웹툰 드라마에서 회식 장면을 보고서는 저게 매일의 일상인 줄 착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배우자나 여자 친구에게 일탈의 핑계를 위해, ‘오늘 회식이야’라고 얘기하는 것은 빼고.
골프 약속은 ’ 본인상‘ 외에는 취소할 수 없단 얘기가 있다. 뻥이다. 그런 게 어디 있나. 취소해야 하면 취소하는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골프 치는데 환장한 한국 남자들이 만들어낸 좋은 핑계일 뿐.
블라인드에는 자주 야근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라온다. 하지만 블라인드에 글 올리는 사람은 직장인 중 극히 일부분이다. 일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하지 말기를.
야근 안 하면 안 돌아가는 회사? 지금 당장 이력서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