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오빠~"
그 한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곤 화장실 한 칸, 그 좁은 곳에서 소리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장소를 알아보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얼마나 멋진 행사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눈에서 눈물 났다.
"무슨 일이야?"
"내가......."
남자친구였다.
같은 학생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만이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정말 화장실이 떠내려가라 목놓아 울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계속 내가 우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전화기 멀리서 나를 지켜주었다.
자조치정을 설명하고 그에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분명 그 사람들도 잘못했어. 근데 하린이도 나이 많으신 분에게 감정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 됐어. 너무 힘들겠지만 행사를 잘 마무리하는 게 지금은 급선무잖아. 그러니 용기 내서 그 사람에게 사과하자. 돌아오면 내 어깨에 기대."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행사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게 급선무였고, 그래야만 했다. 나는 학교를 대표하는 행사의 책임자였고,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눈이 퉁퉁 부은 나는 소매끝자락으로 눈물을 닦으며 전화를 끊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화장실문을 박차고 나갔다.
책임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한 사무실에서 테이블에 두 발을 올리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직원들과 히히덕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아깐.... 너무 죄송했어요. 감정 조절이 안 돼서 제가 그러면 안 됐는데...."
나는 머리를 푹 숙였다.
테이블에서 서서히 두 발을 내리던 그는 말했다.
"아까는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너 혼자 할 수 없겠지?"
머리를 숙인 채 나는 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바닥에는 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허리를 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너무 죄송해요."
할 말이 그것밖에 없었다.
"알았어. 사과는 받아줄게. 그럼 행사 마무리하러 가볼까?"
나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그의 찌든 담배냄새와 커피냄새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나의 감정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는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고생했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우리 행사 같이 하자고!"
"네...."
나는 이 말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니 뽕이다!'
그렇게 10대의 대절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와 학생들을 집으로 보낸 후 나는 학과실로 향했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나의 얼굴, 핏기가 없는 얼굴로 종이인형같이 걸어가면서 나는 학과실에 가서 눈 좀 붙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길에 그가 서있었다.
내 남자친구
그도 이제 MT를 가야 했다.
그는 손으로 전화모양으로 하면서 귀에 갖다 대고 말했다.
"전화할게"
그 한 마디에 나는 다리가 풀렸다.
아.. 진짜 이제 끝났구나.
그리고 그를 보니 안도감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안식처 같은 나의 존재...
그와의 첫 만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