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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Mar 19. 2024

절대 싸우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잃을 게 있거든

- 잃을 게 없는 사람의 무서움을 알아?

- 결국 내가 손해야.


" 하아..."

조용히 침묵하며 바라보다 돌아서는 내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직원이 내게 말을 건넸다.


" 뭐야? 네가 진거야? 이대로 끝나? 너 못 이겨? "


" 응, 내가 못 이겨. 이길 수가 없어. "

 내 말이 의아했는지 돌아서 그 자리를 떠나는 나를 따라오며 말했다.  


" 왜 말을 안 해? 왜 못 이기는데? 저 사람이 틀렸잖아. 너 알고 있잖아. 그런데 왜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가?   야, 너 비겁해. "


" 응, 저 사람에게는 못 이겨. 난 저 사람이랑은 절대 싸우지 않아. "


" 왜? "


 " 저 사람은 잃을 게 없이 싸우거든. 끝까지 가는 사람이야. 그런데 나는 잃을게 있어. "



  싸움을 피하고 절대 싸우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지위가 높은 사람도 뛰어난 사람도 아니다.


잃을 게 없는 사람과는 싸우면 안 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다리 밑으로 핸들을 돌리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 싸웠을 때 내가 잃을 것이 더 많다면 그 싸움은 피하는 것이 맞다. 비겁할지라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게 낫다. 싸움을 피해 돌아서는 나에게 비겁하다고 외치던 직원은 내 말을 듣더니 순간 멈추어 섰다.


 " 싸움에서 이긴다고 반드시 좋은 게 아니야. 차라리 지는 게 나을 수 있어. 정도를 모르고 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이긴다고 해도 정도와 선을 지키지 못하는 위험한 미친놈이라는 명찰을 달게 되고 사람들은 피하게 될 거야.  비록 싸움에서 지더라도 합리적 선택을 한 사람이 되는 게 더 나을 수 있어.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그것을 지킬 줄 알아야 해. "


" 뭐야, 자리가 약점이네. "


" 그건 그렇지.  그런데 잃을 게 없는 것도 약점이야. 책임지고 지킬 게 없는 정도가 없는 삶을 사는 건 많은 사람들을 피하게 만드는 그 사람의 치명적인 약점이야. "


 아무런 득이 없는 싸움이다. 이기면 의연함이 없는 성급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럴 때는 상대가 바로 앞에 현실만 보고 나를 비웃는다고 해도 돌아서는 게 낫다.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말해봐야 알아듣지 못할걸 알기에 쓸모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고,  사사로운 승리 따위를 위해 더 나은 것을 버리는 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을 할 뿐이다. 

 지킬 게 없는 자에 부끄러움에 대응하지 말고 의연해 지자.


  내가 이루어 나갔고, 지켜 나갔던 내 모습은 부끄러운 자에 사사로운 싸움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그가 설사 나에게 조롱한다 할지라도 그 조롱은 부끄러운 자에 하찮은 말일뿐이다. 그 말에 내 감정이 요동될 필요는 없다.  이는 아무 의미 없는 쓸모없는 논쟁일 뿐이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상대를 바라보며 침묵으로 경고를 주고 의연하게 돌아서는 게 낫다.

 굳이 이길 필요가 없는 의미 없는 싸움은 지더라도 피하자



 퇴근길에 직원 둘이서 싸움이 났다. 다른 회사 직원들도 있는 자리라 조심스러워야 하는 자리였지만 한 직원은 그런 생각 따위는 없었다. 화를 누르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그게 그 사람의 시작이었다. 한번 욕을 하더니 그 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후 듣도 보도 못한 온갖 상스러운 말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었다. 싸움의 내용을 중계해 주던 직원은 내게 말했다


 " 저 사람도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온갖 욕을 갖다 박는데 낯 부끄러운데 말려도 안 듣고 미치겠어요. "


" 저 사람이 한 가장 큰 잘못이 뭔지 알아? "


" 뭔데요. "


" 흠, 난 쟤 절대 안 건들어. 내가 쟤랑 싸우면 지거든. 쟤는 그런 사람이야. "


" 아, 오늘 보니 알겠네요. 그 많은 다른 사무실 사람들을 연연해하지 않더군요. 품위 유지 따위는 없더군요. 파국을 달리던데요. "


" 혹시나 싸울 일이 있으면 반드시 피하렴. 그냥 져! 그게 널 지키는 길이야. "


 다음 날 아침 어제 있던 일을 재연하며 이야기해 주는 직원은 말리고 그 자리에서 끌고 나오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내게 이야기했다. 


 그 순간에는 시원하게 서슴없이 할 말 다 하고 큰소리치고 이긴 직원이 승자인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건 그 사람이 가진 치명적인 흠이고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다른 사람은 지켜냈지만 본인은 지켜 내지 못한 것은 의연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참아야 했던 내 자리와 내 모습이다.


 그런 사람은 같이 일하자고 손을 내밀기도  곁에 있기도 어렵다. 어느 순간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위해 쉽게 버려 버릴 걸 알기에 다가갈 수 없다.  또한 그 사람과 있을 때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사람을 뒷걸음질 치게 한다.



 소리를 낮추고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의연함을 갖고 짧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감추라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감출 수 없다. 감추면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는 게 감정이다. 감정은 숨기고 감추고 누르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단 표현을 하되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지혜가 된다. 감정에 사로 잡혀 그 순간에 감정을 위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자가 되지 말고, 깊은 숨을 한번 내 몰아 쉬고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한번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늘 성공할 순 없지만 하다 보면 조금씩 의연함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참고 의연함을 표현해야 할 곳과 편히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 툴툴 댈 수 있는 곳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 위치와 장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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