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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Mar 24. 2024

내가 널 따라 한 거야.

이건 배워야겠다. 결심했다

- 이거 너한테 배운 거야.

- 모방은 힘을 훔치는 거야.


" 내가 화나서 급발진할 때 너는 그 순간마다 멈추어서 가만히 기다려 주잖아. "


" 그거야 내가 너와 오랫동안 같이 일해서 너를 대하는 법을 아니깐 그런 거지. "


" 응, 저 직원도 나랑 비슷해. 난 네 모습을 보고 그 지혜를 가져오기로 결심했어. 그래서 저 직원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저 직원은 함께 한 내 팀원이니 나는 피해야 하는 순간을 안 거고 다른 팀인 너는 부딪칠 일이 잘 없으니 몰랐던 거고 하필 그때 네가 저 직원 옆에 있었던 거야. 단지 그것뿐이야. "


"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가 넘어가 달라는 거지? 알았어. "


 순간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먼저 접어주는 동료를 모습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그 자세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나는 순간마다 ' 아~! ' 할 때가 있다. 때론 혹여나 잊어버릴까 싶은 마음에 소리 내어 말하기도 한다.

 " 이거 내가 기억하고 따라 해야지! "

 


 둘째의 말투는 첫쨰와 똑같다. 엄마 아빠보다 오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둘째는 매 순간마다 첫쨰는 모방한다. 둘쨰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 오빠는 했어요? " , " 오빠는 뭐해요? "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둘쨰를 보고 말한다.  

" 쟤는 엄마 아빠를 닮은 게 아니라 오빠를 닮았네. "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둘쨰는 좋아한다. 둘째에게 첫쨰는 자신에 경쟁상대이며 본받고 싶은 사람이고, 성장지표가 되어 있었다.  

 그런 둘쨰는 가정에서는 " 나는 아직 오빠처럼 잘하지 못해요. "라고 말하며 미숙한 동생역할을 했지만,  유치원에 가서는 대장 노릇을 한다.  오빠가 동생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유치원에 가서는 친구들을 거느리며 지낸다고 했다.  어린아이도 모방의 힘을 알고 있다. 동생은 오빠가 가진 힘을 보고 , 배우고 , 가져가고 있었다.

 나는 남편을 보고 멈추어야 할 때와 넘어가도 괜찮을 때를 안다. 온화한 성격을 가진 남편을 보고 참아도 괜찮고, 그냥 지나가도 괜찮다는 걸 알고 배운다.  회사에 가서는 일을 하며 만나는 직원들에 지혜 있는 모습이나 말을 발견하면 그 순간 멈추고 생각한다.

 " 이거 따라 해야겠다. "

 혹시나 잊어버릴까 싶을 때는 혼자 속으로 되뇌며 중얼거리다가 내 자리로 돌아와 급히 수첩에 적어 놓는다.  그 수첩은 혼자만의 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펼쳐서 읽는 내 메모장이다. 이 사람이 가진 지혜와 저 사람이 가진 혜안과 또 다른 사람이 가진 명철을 보면서 나는 어설프지만 흉내 내보고 시도해 본다. 내 모습이 아니라서 주위에 누군가 나를 보고 " 어설프다. " 이야기하면 " 아직 따라 한 지 한 번밖에 안돼서 그래. "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몇 번 따라 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야기한다. " 너는 이런 모습을 가졌잖아. " 나는 순간 ' 어? 그거 따라한 건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된 건가? '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모방한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좋은 모습을 보고 배우고, 본받고 싶다는 건 좋은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거다. 그 사람의 고급 옷이나 차나 재력이 부러워서 가지고 온다면 그건 범죄고 도둑질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지혜를 훔쳐 오는 건 오히려 칭송받을만한 일이다.


 예전에는 기술자들이 밑에 새끼 기술자들에게 제대로 기술을 설명하거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고 싶어 들어온 새끼 기술자들은 능력 좋은 장인 옆에 붙어서 보고 또 보고 배우고 따라 했다. 처음에는 어설프고 미숙했지만 그 새끼 기술자들은 모방하다 보니 기술을 훔쳐 올 수 있게 되었고, 거기에 자신의 철학을 더해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새끼 기술자들은 어느 순간 장인의 자리에 당당히 서 있게 되었다.  
 일을 하다 지혜를 만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망설임 없이 욕심을 내어 가져 오자. 내가 모방하고 따라 하고 연습하고 해 봐야 그 지혜가 내 것이 된다.  

 

 까마귀 한 마리가 자신의 새까만 털이 부끄러워 자신을 어떻게 꾸밀까 고민했다. 어떻게 꾸며도 새까만 자신을 보고 옆을 봤더니 옆에 있던 새들은 여러 다채로운 아름다운 털을 가지고 있었다. 까마귀는 자신은 비록 검은색이었으나 옆에 있는 새들이 떨어뜨린 깃털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깃털을 하나씩 하나씩 자신에게 꽂기 시작했다. 이건 현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모아서 자신에게 꽂았다면 그 모습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이쁘다면 그것 또한 능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 지혜가 유용한 순간이 올 때는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따라하고 가지고 와서 어설프게라도 해봐야 나에게 맞는 옷으로 다듬어지게 된다. 까마귀는 내 것이 아닌걸 내 것인 척 해서 잘못한거지만 나는 내 것을 만들기 위해 상대의 지혜를 가져와 모방하고 연습하며 익히는 것이다.  내 모습이 부족하고 상대의 모습이 현명하다면 부족한 내 모습을 고집하기 보다는 현명한 타인의 모습을 가지고 와 내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순간에 보여지는 상대의 지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상대를 본다.  " 저 모습은 저 사람이 가진 지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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