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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Mar 24. 2024

우울증은 아닌데 난 왜 이러지?

우울증은 아닌데 무기력이 오려고 한다.

- 건들면 화가 날 것만 같아.

- 정신없이 일하고 바쁘고 하는 일은 많은데 무기력하다


 요즘 따라 짜증 나고 피곤해 온다. 그런데 내 삶을 돌아보면 내가 잘못 살았는 것도 뭔지 틀린 것도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뭔가 스트레스가 심하게 쌓여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원인은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날에도 나는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고 일하는 가운데 변함없이 뜬금없는 이메일이 왔다. 이내 나는 짜증이 나서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 하아, 또 뭐야! "


  이거였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라서 꺠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집중해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날아오는 일의 흐름을 망쳐버리는 뜬금없는 이메일은 제대로 읽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내게 돌아오기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추고 신경 써서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이메일은 왜 이따위로 적었을까? 말이 참 모호하고 피할 구멍이 가득한 제대로 된 내용조차 없는 말이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갑자기 날아온 일을 정리하기 위해 회신을 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매일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나는 계속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거고, 이 일이 나를 계속 잠식시키고 있었다. 겨우 마무리하려는 찰나 사내 메신저가 깜박인다. 팀원에 뜬금없는 난해한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이 직원은 기본 전제조건과 특이점은 말하지 않고 단 한 줄의 질문만 나에게 던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내 답만 기다리고 있다.


 나는 다시 회신을 했다.

 " 바로 답을 해야 할 급한 일이면 전제조건, 내용 그리고 질문하는 까닭까지 붙여서 제대로 말하거나 글로 다 못하겠으면 내 자리로 오고,  급하지 않으면 나한테 쪽지로 보내줄래? "


  이제 내 일을 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상사가 급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뜬금없이 쪼아 온다.  

 ' 아, 망할 사내 메신저 이거 차단 안 되나! ' 혼자 생각하게 되었다.  빠짐없이 겪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알지 못했을 뿐이다.

내 일은 계속 미루어지고 일의 흐름은 이미 깨져 버렸고, 알고 보면 크게 중요하지도 않으면서 불시에 깜박이는 사내 메신저로 인해 나는 매일 미세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영문 모를 이유로 타격을 주거나 심리적 압박을 주는 인간관계도 아무렇지 않게 참고 버티고 이겨 내고 있었지만 나는 사실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런 미세한 스트레스는 쌓이다 보면 뭔가 나를 이상하게 만든다.

 

 우울증은 아닌 건 확실한데 우울하다. 무기력증까지는 아닌데 무기력하고, 지친 건 아닌데 지쳐 있다. 이 어중간한 내 상태는 무엇인가 싶을 정도로 의아하지만 나는 지금 힘든 건 확실하다. 하지만 딱히 힘들만한 일도 없었고,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건 내가 작은 스트레스를 무시하고 당연히 여기며 넘기다 보니 쌓인걸 눈치채지 못한 거다.  나는 이 사실을 깨 닫는 순간 한없이 쳐져 있는 내 몸을 일으켰다.

 "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너무 회사에 치우쳤구나 초점을 돌려야겠다. "  

 나는 혼날 각오를 하고 연차를 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당당히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갔다.


 " 나가자! "

 나를 본 아이들 눈은 동그래졌다.  


 " 왜? 지금 집에 온 거예요. "


" 데이트하고 싶어서 왔지요. 오늘 나랑 데이트 하자! "


" 좋아요. "


 회사가 내 삶에 전부가 아니다.

회사에만 시선을 너무 맞추다 보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작은 스트레스도 크게 다가오게 된다.

 그럴 때는 시선 돌려 내 삶의 중심이 회사에만 치우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 치우쳐 살아가는 삶은 오히려 직장생활을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작은 타격조차 이겨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삶이 다양해지고 다른 삶의 즐거움이 있는 사람은 회사에 작은 스트레스를 이겨 내고 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뭔가 이유 없이 힘들고 무기력해지고 작은 일에도 화가 쉽게 날 때는 내가 너무 직장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건 나에게도 직장에도 좋지 않다. 지금은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해질 것 같은 정도일 뿐이지만 이건 곧 우울증을 만나게 될 전 단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 무기력을 잡아야 한다.

 삶은 다양해야 한다.

마음을 풀 수 있는 취미는 사치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여유한 줌인 거다. 연차를 병원이나 문제가 있을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휴식과 여유를 위해 써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내일도 내가 이유 없이 화를 내지 않고 좁은 속을 가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내가 뭘 했다고  나한테 화를 내는데, 내가 신경 써서 말해 준거잖아. "

 팀원이 다른 팀 상사에게 화를 내는 걸 보고 나는 급히 달려갔다. 나는 두 직원 사이를 막아서 조용히 다른 팀 상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너희 팀원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저래! "


" 미안해요. 그런데 저 직원 지금 힘든 일이 많아서 쌓였어요.  너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긴 한데. 하아, 미안해요. 사과할게. 내가 다시 교육시킬게요. "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왔다. 팀원은 최근 가정사로 일이 많이 생겨 괴로워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팀원이 먼저 나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 죄송합니다. "


 " 나한테 사과할 일이 아니야. 넌 저분한테 사과하러 가야 하는 건 알고 있지? "


" 네, 지금 가야 하나요? "


" 아니, 네 마음이 추슬러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그런데 네가 저 분꼐 화 낼 일이 아니었어. 이것도 알고 있지? "


" 네. "


" 네가 화낼 대상이 틀렸어. 그런데 그건 요즘 힘든 일이 많아서 쌓여서 그런 거라는 건 알고 있어. 래서 나도 참았던 거야. 하지만 넌 이걸 해결 하긴 해야 해. "


" 네. "


" 일단 기다릴게. 그리고 같이 답을 찾아보자. "


                                                                           




 쌓이면 터진다. 그것도 꼭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다. 쌓인 스트레스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라지게 할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나를 지킬 또 하나의 방패가 필요하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정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고, 동호회가 될 수도 있고, 자기 계발이 될 수도 있고 종교가 될 수 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나를 지탱해 줄 힘이 된다면 나는 그것을 찾고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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