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태몽이야기
현아
네가 훈련소에 입소하고 맞는 두번째 토요일이야.
네가 오늘도 엄마에게 전화를 해줄까?
전화를 해도 항상 응응 괜찮아로만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너의 목소리로만 너의 상태를 가늠할 뿐이야.
잘 지내고 있는 톤이면 마음이 놓이고
또 어떤 질문을 해야 우리 아들 목소리를 더 길게 들을 수 있나
그 생각 뿐이야.
엄마는 현이 얼굴 더 오래 보고 싶고
현이 목소리 더 오래 듣고 싶어
그런데 못봐서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나.
현이가 입고간 옷, 들고간 가방, 언제오려나 기다려.
내가 널 임신한 것을 테스트기 두줄로 알았을 때,
아빠는 취재차 북한에 있었어. 아빠가 통화가 되지마자마 임신소식을 알렸던 기억.
아빠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좋다는 표현도 못하고 축하해, 잘했어. 그랬고.
너를 임신하기전부터 주변에서 엄청 태몽을 꿨고, 심지어 엄마도 꿨어.
오늘 편지는 태몽이야기를 해줄게.
엄마가 꾼 꿈이야.
엄마가 집에 있는데, 갑자기 북한군이 쳐들어와 전쟁이 났다는거야.
엄마와 아빠는 짐을 챙겨 피난을 가려고 고속버스에 탔어.
그리고 얼른 서울을 빠져 나가는데
세상에 백화점에서 세일을 한다고 버스가 서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쇼핑을 가는거야.
(정말 웃기지 않니? 전쟁 피난통에 백화점 세일이라니?)
엄마도 혼자 얼른 내려서 백화점에 들어갔단다.
백화점 한쪽 코너에 사람들이 우글우글 대길래
뭐를 파나 가서 구경을 하니 예쁜 접시를 팔더라.
알록달록 색깔이 너무 예쁜 두개의 접시를 양손에 들고 고민을 했어.
두개를 다 살순 없고, 더 예쁜 한 개의 접시를 선택하고 그것을 품고 백화점을 나왔어.
지금 기억엔 그 접시는 파란 줄무늬가 예쁘게 그려진 모양이었어.
이게 엄마의 꿈이야. 네가 그 예쁘고 고운 접시였나봐. ^^
작은 아빠가 꾼 꿈도 이야기해줄까?
작은 아빠는 이 꿈을 기억을 지금 하실까? 작은 아빠가 이 꿈 이야기를 하면서 할아버지에게 로또를 사라고 했어. 로또 대박날 꿈이라고. 그리고 그 당시에 할아버지도 횡재수가 있는 꿈을 꾸셨다고 했어. 똥둣간에 떨어지는 꿈 ㅎㅎㅎ. 원래 똥이 금색이라 똥이 꿈이 나오면 재물수 횡재수가 있는 꿈이라고 해. 이 꿈을 꾸신 비슷하 시기에 작은 아빠가 무슨 꿈을 꾸셨는데, 둘다 좋은거라 할아버지가 로또를 사셨던 (그러나 다 안됬던... 왜냐면 둘다 로또 꿈이 아니라 네 태몽이었으니까!!!) 기억이 있어 .
작은 아빠의 꿈에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이야.
할아버지가 망망대해에 작은 배를 타고 누워계셨어. (당시 새우깡 광고에 신구 할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나왔는데, 작은 아빠가 이 광고를 보셔서 꿈에 나온걸까?ㅎㅎ)
할아버지는 배에 누워계셨는데, 바다에서 엄청 큰 게가 두마리가 둥둥 떠와서, 얼른 두 마리를 잡아서 배로 끌어올리셨대. 근데 배가 작으니 둘다 안을 수가 없어서 한마리는 바다로 떠나보내고, 한마리만 배에 싣고 오셨다는거야. 그래서 작은 아빠는 할아버지가 횡재할 꿈이라고 로또를 사라고 하셨지. (할아버지 똥둣간 꿈도 있고 해서 ㅋㅋ)
엄마는 그 시기에 임신 가능성?을 의심했던터라... 그 이야기를 듣고,, 오 저건 내 꿈하고 비슷한데... 하며 내가 너를 품게될 줄 알았단다!!!
신기한건 태몽 두개 다 예쁘고 멋진 두개 중 하나만 품게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잖아.
엄마 혼자 생각해본건데, 너는 원래 쌍둥이가 될 수도 있었던, 특별한 아이가 아니었을까? 내 손안에 들어온 예쁜 파란 줄무늬 접시, 할아버지가 건져올린 큰 게 한마리. 다 너야.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정말 우리 현이는 엄마 품에 자리할때부터 특별하고 소중한 아들이야.
다음에 또 편지 쓸땐 다음 이야기를 해줄게.
아침에 너 생각나 눈물이 났는데,
태몽이야기 쓰면서 눈물 대신 미소가 지어지네.
보고 싶고 사랑하는 우리 하얗고 말간 아들.
햇빛에 그을어지고 탄탄해지겠네.
다시 얼굴 볼 8월 20일까지
꼭꼭꼭 건강하게 엄마 기다려!!!
24년 7월 27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