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담배 불붙여
봉분 위에 놓고 보니
한 개비 마지막 담배다
생전 좋아하시던 담배 한 대 드린 것
아버지도 기꺼우셨는지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담배 연기 훨훨, 타들어 간다
잔 부어 두 번 절하고
아버지 생각에 마음 애틋해지는데
아차차, 돌아갈 차비 떨어진 것처럼
내려갈 때 피울 담배가 없다
점점 짧아지는 담배 바라보며
빈 담뱃갑 생각하니
몸속 니코틴이 기승을 부린다
암만 돌아가셨더라도
그렇게 막 피우시면
정신줄 놓게 될 텐디……, 갑자기
고창 선운사 단풍처럼 울컥
솟구치는 아버지 걱정
하, 자식이 돼가지고
아버지 건강 상하는 걸 어찌 볼까나
어허 간다, 저기 간다
잡놈 내려간다
잽싸게 반쯤 남은 담배 집어 들고
산소를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