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호 Dec 22. 2022

9. 빌라왕은 죽지 않았다.

돈 버는 상식

최근 1139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소유했다는 ‘빌라왕’ 김 씨가 급사했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피해자들이 수백 명에 달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필자도 2021년 가을쯤 어떤 의뢰인이 경찰조사 입회를 의뢰하여 상담과 경찰조사 입회를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재산이 얼마냐 라는 질문에 1,500억 원 이상이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고, 그 사람의 성씨도 ‘김 씨’였다. (물론 급사했다는 김 씨는 아니었다)      


알고 보니 전부 빌라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 재산이었고, 은 1,500억 원 이상이었으며,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수십명으로 부터 고소를 당했다고  한다.     


자기가 갭 투자(?)를 했는데, 집값이 떨어지고, 종부세가 너무 많이 나와서 세입자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으며, 집을 팔고자 해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가 소유하던 부동산도 뉴스와 마찬가지로 빌라와 오피스텔이었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고소를 해서 경찰 조사를 받은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들어보면 그는 분명 ‘바지’였다.      


신축 빌라가 분양이 되지 않자 분양 대행업자와 중개업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세입자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한다.      


세입자들이 지급한 전세금은 시행사, 분양대행사, 중개사가 나누어 가진 후 빌라의 소유권은 ‘바지’에게 넘긴다. 이때 그 바지 역시 용돈을 좀 받는다.     


전세가가 시세보다 높기 때문에 ‘바지’는 시행사에게 돈을 줄 필요는 없었고, 단지 전세금 반환 채무를 인수받는 것을 매매대금 지급에 갈음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천 채 이상의 빌라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었고, 이런 바지들은 시행사, 분양대행사, 중개사들이 새로운 현장에 갈 때마다 새로운 빌라의 소유자가 된다.     


만약 빌라의 가격이 오른다면 ‘바지’는 그 집을 처분하거나 하여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수도 있지만, 떨어진 다면 그만큼 세입자는 손해를 입고, 어차피 바지의 재산은 전혀 없다.     


이런 빌라왕에게 치명타는 ‘종부세’였다.     

2021년 종부세가 인상되자 수백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종부세가 엄청나게 부과되었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에서 가장 나쁜 놈들은 이를 설계한 시행사, 분양대행사, 중개사들 그리고 빌라왕 이겠지만, 필자는 급격한 종부세 인상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종부세 고지서와 공매처분 통지서는 계속 날라 오고, 집을 팔아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데, 집값은 계속 떨어지며, 팔리지도 않는다.     


결국, 빌라왕은 파산을 하고,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시행사, 분양대행사, 중개업자들도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세입자들은 그 집에 돈이 묶이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집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를 악용한 빌라왕은 뉴스에 나오는 김 씨 말고도 많이 있고, 필자가 경찰서에 동행한 사람만 해도 급사한 빌라왕과 거의 비슷한 규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모은 돈을 날리는 방법 중 흔한 것 중 하나는 빌라왕 사건처럼 전세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전세사기가 치명적인 이유는 그 돈의 액수가 피해자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으며, 무엇보다 안정적이어야 할 집과 관련된 돈이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를 당했을 경우 거주지 자체를 통째로 잃어버려 잘못하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시도 때도 없이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경매물건이라고 하고 보고 간 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월세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전세금만 내고 월세는 내지 않는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이다.  월세는 임대차계약만 하면 끝이고, 임대차 보증금을 반드시 주고받을 필요 없으며, 임차권 등기도 필요 없다.      


그러나 전세는 전세권설정계약과 전세권 등기를 하고 전세금을 주고받아야 전세권이 성립한다.     


임대차 보다 전세권의 효력이 강력한데, 전세권자로 등기를 하면 근저당권과 같이 순위보전 효력이 있어 나중에 경매절차에서 그 자기보다 나중에 들어온 채권자들 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와 전세는 엄연히 다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임대차 현장에선 임대차와 전세의 명칭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계약서의 명칭을 전세계약서라고 적어 놓았다고 하더라도 전세권등기를 하지 않는 임대차인 경우가 많고, 이런 계약은 전세권이 아니라 우선변제권이 없는 임대차계약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동산 전세나 임대차계약을 할 때에는 해당 계약이 정확히 임대차계약인지, 전세계약인지 파악을 하고 계약을 하여야 한다.)      


물론,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임대차도 인도를 받고 주민등록을 하면 경매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고,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 제도도 있으나,      


주택임대차 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되고, 그 금액은 지역별로 다를 뿐 아니라 바뀌는 경우도 있으므로,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본인이 계약하는 임대차계약이 주택임대차 계약을 적용받는 계약인지도 반드시 알아보고 계약을 하여야 한다. (이런 것들은 중개사들에게 확인을 구해야 한다.)     


어찌 되었든 남의 집에서 살아야 할 경우 전세든 임대차든 보증금이나 전세금 명목으로 몫 돈을 소유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보증금이라는 몫 돈을 임대인에게 주는 이유는,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의 집에 살면서 월세를 미납할 수도 있고, 집을 망가트릴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미납 월세나, 망가뜨린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늘 당사자 간 분쟁이 있을 것이고, 만약 임차인이 수개월치 월세를 미납하고, 야반도주한다면 임대인은 그대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임대차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미납월세 및 손해배상금 받아야 할 것인데, 이것을 담보하기 위해서 보증금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처럼 보증금은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임대인은 보증금을 받아서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임대차가 종료되고, 부동산을 다시 인도받을 때 본인이 임차인에게 받을 수 있는 미납월세나 손해배상금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돌려주어야 하고,    

미납 월세 등 공제할 것이 없다면 전액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데, 보증금을 받은 임대인이 그 보증금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냥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돈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살 돈이 부족할 경우 은행 대출이 받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전세를 끼고 사서 그 전세금을 대출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집에 전세로 사는 사람은 계약기간 동안 그 집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 집 시세의 통상 70% 가까이나 되는 돈을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빌려준 셈이다.      


집 값이 올라도 본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으며, 오히려 집 값이 올라가면 대부분 전세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전세입자 입장에서 집가격이 오르면 악재다.      


전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한 마디에 수년간 모은 돈을 고스란히 집주인에게 갖다 받쳐야 한다.     


집 값이 떨어지면 전세권자는 손해가 없다? 아니다.     

집 값이 떨어질 경우 대부분 전세가격도 떨어지고 집주인들은 이미 전세금을 써버렸고, 전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할 경우 새로운 전세입자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 전세가격 차이 때문에 처음 받았던 전세금에서 부족한 돈을 메꿔야 하는데, 그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집 값이 떨어지면 전세권자도 전세금을 일부라도 떼일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무리 조심을 하더라도 전세사기를 당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선순위 근저당유무나 집의 시세를 파악하면 위와 같은 위험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깡통전세에 당하는 경우는 허다하고, 그 유형도 너무 많다.


입지가 좋은 새 아파트를 사는 것은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매수보다 저렴한 전세로 사는 것을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나 전세의 위험도를 감안해 보았을 때 전세는 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8. 다단계의 유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