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우어 Oct 11. 2023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너드커넥션 단독공연

 

너드커넥션이 지난달 발매한 ep앨범을 계기로 단독공연을 연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예매를 서둘렀다. 공연은 역시 막공이 진리이기에 몇 개 남지 않은 1층 극사이드 자리를 겟했다. 신촌역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때문에 가본 이후 처음이다. 무슨 행사주간인지 차 없는 거리는 20대 젊은이들로 가득하고 대로 양쪽으로 펼쳐지는 버스킹은 나를 더 들뜨게 만들었다.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은 적당한 규모에 어디서든 무대가 잘 보이는 시야를 가졌다.

 너드커넥션이 등장하고 21st century kingdome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무대 뒤 20m에 달하는 스크린에는 무드에 맞는 화면들이 등장하며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씽크넥스트 공연에 이어 qr코드에 접속해서 관객이 미디어 아트에 참여하는 공연 문화는 여전히 신기했다. 한곡의 의탠딩 후 조.완.영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으로 인해 급 앉아야 하는 어색한 진행도 공연의 즐거움이었다. 너컨의 많은 곡들 중 유난히 처연하고 쓸쓸하게 다가오는 '우린 노래가 될 까'가 연주되고 나도 모르게 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훌쩍이지 않으려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기에 바빠서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다.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추억과 다시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을 노래하는 이 곡은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한다.

 너컨은 '좋은 밤 좋은 꿈'이 가장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의외로 달리는 곡이 많다. 사실 앉아서 감상하는 게 답답하게 느껴질 뻔했는데 의탠딩을 제안한 멤버들이 고마웠다. Stand up이나 I robbed a bank를 어떻게 앉아서 발로만 박자를 맞출 수 있겠나...

 인생 처음 라이브 공연을 크라잉넛으로 시작해서인지 앉아서 관람하는 게 적응이 안 되긴 했다. 하여간 의탠딩 이후부터 사람들도 더 본격적으로 호응하고 같이 즐기고  밴드 공연장의 느낌이 제대로 났다. Back in time을 다 같이 부르는 순간 벅차오름이 최고조에 달했다.


오글거리거나 뭔가 폼 잡는 것을 싫어하는 듯 한 그들은 오직 연주와 노래만으로 사람을 매료시킨다. 일렉 독주가 이어지는 순간에도 기타 최승원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타만 다룬다. 무대장치에 한쪽 다리를 올리거나 기타를 어깨 위로 들어서 호응을 유도하는 퍼포먼스조차 없이 연주 그것에만 집중한다. 드러머 신연태는 가장 감상적인 사람이며 잔잔한 미소로 드럼을 부순다. 베이스 박재현이 그나마 가장 요즘의 언어를 사용하고 프런트맨 서영주는 미친 목청으로 얼굴이 터질 듯이 열창을 한다. 가식 없는 솔직한 멘트에서 그들의 음악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그들이기에 마지막 곡 where are we와 함께 본인들이 나아갈 길을 같이 하자는 서영주의 마지막 인사가  와닿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이곳에'를 들으며 또다시 이어지는 일상을 맞을 각오를 해본다. 삶을 노래하는 게 즐거운 것임을, 그렇게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노랫말처럼 하루하루를 이겨내리라.


 






 

#너드커넥션 #설명하기어려운것들#공연#우린노래가될까#좋은밤좋은꿈#여전히이곳에

작가의 이전글 택시 모는 락저씨, 잘 지내시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