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세가 현재 대한민국 여성의 중위 연령이라고 한다. 아직 내 나이가 대한민국 여자나이 중간에 못 미친다는 게 살짝 기쁘면서도 우리나라가 정말 늙어가고 있구나 실감되니까 슬프기도 하다. 불현듯 중간보다 살짝 어린 나를 비롯한 내 주변 평범한 아줌마 ABCD의 이야기를 꺼내본다.
A는 샐러드매장에서 함께 일하며 친해진 동생이다. 그녀는 일머리가 아주 좋아서 돌발 상황에도 잘 대처하고 손도 빠르다. 그래서 함께 일할 때 든든하고 마음도 잘 통했다. 인디 밴드 찾아 듣는 흔하지 않은 40대 아줌마인 나를 잘 이해해 주고 티켓팅 참전도 같이 했다. 도도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훨씬 따뜻하고 정이 많다.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는데 얼마 전부터 카페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단다. 조만간 만나러 가야지.
B는 알고 지낸 지 8년 된 친구다. 새로운 동네에서 마음 맞는 사람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그녀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부담 없이 친해졌다. 병원에서 근무하며, 아이들 케어하며 시간을 쪼개 운동까지 하는 그녀는 진정한 슈퍼맘이다. 부지런함과 단단한 멘탈을 갖춘 사람이고 내가 힘들 때 늘어놓는 넋두리를 들어주고 토닥여준다. 내년쯤에 이사 갈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벌써 아쉽고 헛헛하다. 떠나지 마 ㅜㅜ
C는 학원에서 알게 된 1살 많은 동료이다. 그녀도 나처럼 앞으로 뭘 하며 나이 들어야 할까 생각이 많다. 학교 외부강사로 수업을 하며 여유 시간에는 등산을 즐긴다. 같이 밥 먹으며 사춘기 자녀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같이 고민해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다. 쫄지 않는 그녀의 성격이 부럽다.
D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려고 2학기 째 수업을 듣는 중이며. 초등학교 외부강사로서의 첫 수업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플랫폼에 글을 쓰고 있고, 음악을 좋아한다. 남들보다 일을 느리게 배우지만 끈기가 있는 편이다. 무엇이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머릿속에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전형적인 infp이며 겁이 많고, 최근에는 사주를 믿기 시작했다. 조금 어리숙하다. 내 이야기다. 맞다. D는 나다.
40대 ABCD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노후가 걱정이고 사춘기 자녀 양육 스트레스로 한숨 먼저 나오는 게 현실이지만 허투루 시간 보내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산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믿고 배신하지 않는다. 언제 연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의 ABC.
오늘도 버텨내느라 고생많았다
나의 동지들
#40#아줌마#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