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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a Jul 22. 2023

CX KPI를 설정하며 놓쳤던 것들

23. 07. 22. 술래잡기.

<속은 거야.>


    그 어느 기업의 어느 팀이 KPI를 설정하기 쉬울꼬. 나도 당연히 어려웠어요. KPI 고민을 안 해본 적이 없어서 좀 그만하고 싶기도 해요. 항상 올바른 결정만 하지도 않았구요.

    여러분은 혼자서 노코드 툴을 써서 뭔가를 구축하든, 엔지니어의 지원을 받든. 그 어떠한 방법이든간에 다양한 데이터와 지표를 확인할 수 있게 된 후로, 그것들이 지금까지의 행동을 올바르게 변화시키던가요? 앞으로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을 항상 제시했나요? 그랬다면 너무나도 다행이지만, 아닌 경우도 적진 않을 것 같아요. 오늘은 그랬던 내 경험을 적어보겠습니다. 반성문에 가깝겠네요.

 

    아래부터는 모두 B2B SaaS 기업 기준이니까 가볍게 참고해주세요. 더불어 내 경험이 정답일리 없으니 더더욱 참고해주세요. 참을 게 많네요.







내 행동을 바꾼 건 KPI가 아닌 정성적 인사이트다

Bottom-up 구조로 설계된 KPI는 의문만 많다

KPI를 대하는 태도를 늦게 고쳤다









1. 내 행동을 바꾼 건 KPI가 아닌 정성적 인사이트다

    예를 들면, 특정 고객사에서의 [문의량 증가율]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아마 아래 정도가 되겠네요.

재계약 직전, 다른 제품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하는 포인트가 늘었다.

경영진/내부에서 이 제품을 이용해야 하는 당위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참아왔던 불만이 터졌다.

그냥 궁금한 게 많아졌다.

    특히 위 세 번째까지의 상황이라면 곧바로 행동을 취하면 되겠죠. 단순히 평소보다 더 친절한 톤으로 대응한다든지, 대면해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저항도를 낮춘다든지, 경쟁력있는 베네핏을 제공한다든지. 방법은 많겠습니다.


    다만, 위의 예시를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 하는데, [문의량이 많아졌다 → 고객사에 수상한 흐름이 보인다]의 상황이 실제로 많이 발생하는지와 그것을 실제로 캐치할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빡센 문의가 들어온다 → 좀 수상한데?]의 상황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습니다. 숫자를 보고 무언가를 발견한 게 아니라, VoC를 피부로 직접 대응하며 펼친 정성적인 추측이 훨씬 쉬웠죠.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은 숫자를 보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행동으로 취하겠지만, 난 멍청해서 정성적인 추측의 정확도가 더 높았습니다. 이 순간부터 [문의량 증가율]은 필요 이상의 KPI이게 되었어요.


    물론 보조 지표로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나는 그냥 내다 버렸습니다. 신경 쓸 거 안 그래도 많은데 얘랑은 더 친해지고 싶지 않았어요. 관리 포인트도 줄일 겸.

    실제로 데이터를 쌓게 하는 것도 일입니다. 엔지니어 혹은 그로스 조직이 지원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아닌 경우에는 일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거든요. 데이터 쌓기라는 큰일을 꾹꾹 참아가며 결국 대시보드를 만들었는데, 정작 그것이 내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이런.


    정량적인 KPI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성적인 것이야말로 내 행동을 바꾼 적이 더 많았을 뿐인지라 나는 그것을 더 중요시할 뿐.

    애초에 고객 경험은 정성적인걸요.


<기껏 만든 이 대시보드가 내 행동을 바꾼 적이 얼마나 있던가. 별로 없거니와 만드는 과정만 재밌었을 뿐이에요.>



2. Bottom-up 구조로 설계된 KPI는 의문만 많다

    Bottom-up 구조로 설계된 KPI라 함은, 실무단에서의 목표를 전사 목표에 대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로, '우리는 고객의 첫 문의에 빠르게 답변해줘야 해. 빠를 수록 좋은 건 당연하니까.'라는 생각으로 First Response Time(이하 FRT)를 3분 이내로 설정해보았다고 가정할게요. 그리고 전사의 목표 중 하나가 Monthly Recurring Revenue(이하 MRR) 1억이라고 이어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FRT를 3분 이내로 찍은 게 MRR 1억 찍는 것이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답하기 어렵다라는 것에요. 실무단에서의 KPI를 전사 목표와 연결 짓지 못한다면, 우리의 일이 전사에 얼마나 도움되는지 체감되지 않는다는 의문이 생길 수 있겠죠.


    이번에는 위 문제를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설계를 뒤집어볼게요. MRR 1억을 찍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역시 돈을 벌려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서비스 부서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할 방법은, 도입 문의가 들어왔을 때 빠르게 세일즈 매니저를 배정해준다거나 기능 문의가 인입되었을 때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세일즈 매니저와의 미팅을 유도하는 정도가 있겠죠. 무엇보다, 고객이 문의를 남긴 뒤 우리의 답변을 기다리다 이탈해버릴 수 있으니, 빠른 답변이 매우 중요하겠습니다.

    이때, FRT를 KPI로 설정해볼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면 [MRR 1억 달성하자 → 신규 고객 확보하자 → FRT가 더 빨라져야 한다]의 구조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전사의 목표에 공감할 수 있게 되고,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일반적으론 네거티브하게 불리는 Top-down이라는 것이 목표를 설정할 때는 꽤나 쓸모 있고 명확해요. 연봉 협상할 때도 더 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꿀팁임.




<본문과는 무관합니다. 좋아서 가져왔어요.>


3. KPI를 대하는 태도를 늦게 고쳤다

    2번 목차에서 얘기한 FRT 예시를 다시 꺼내볼게요.

    FRT는 내가 팀을 빌드/리드하면서 처음부터 있던 KPI였어요. 남들도 다 하길래 저도 설정했을 뿐이긴 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 FRT는 내게 [달성하면 좋은 KPI]였어요.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 거죠.

    여기서 2번 목차의 문제가 동일한 시점에 생깁니다. 나와 우리 팀이 전사의 목표와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정량/정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구요.


    생각보다 해결법이 매우 간단한 문제에요. 앞서서 2번의 Bottom-up KPI 구조를 Top-down 구조로 해결했다면, 이제 달성만 하면 되죠. [달성하면 좋은 KPI]가 아니라 [달성해야만 하는 KPI]면 되는 겁니다.

    고객이 문의를 남기도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절대로] 이탈하지 아니해야 하니, 우리는 [무조건] 3분 이내로 답변을 드려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KPI를 달성하면 우리도 그 만큼 전사의 전략에 기여했음을 정량/정성적으로 판단하고 체감할 수 있게 되어요.


    너무 당연한 얘기죠? 저는 이 당연한 얘기를 너무 늦게 알았어요. KPI 가지고 스트레스 받기 싫었거든요. 다만, 내가 이를 늦게 깨달았다는 것은 팀원에게도 동일한 문제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고, 난 그들을 제대로 코칭하지 못했다는 소리가 되겠죠. 못났다 못났어.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만은, 난 처음부터 잘 하고 싶습니다. 이왕 돈 버는 거 일 잘 해서 잘 벌면 좋잖아요.


    1번에서 3번으로 목차가 흐를수록 글이 짧아지니까 괜히 부끄럽네요. 글 쓰다 흥미를 잃은 건 아닙니다. 그래도 지난 회고 때 걱정했던 것처럼 또 n개월이 지나서야 새로운 글을 쓴 건 아니니, 나를 용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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