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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 전에 준비해 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그저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참여한 프로그램이라 책을 쓰겠다는 포부는 없었다. 독립출판이 생소하고 그저 하라는 대로 하다 보면 끝에 와 있겠거니 생각했던 터라 첫 과제에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았다.
단지 그즈음 읽고 있던 책이 탈시설과 관련 내용이었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뿐이다. 고민할 여지도 없이 나는 직장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정했다.
내 책 기획안
가제: 우리는 모두 집에 산다
이 책을 만드는 이유: 내가 하는 일을 새롭게 보기 위해서
예상 편수: 10~15편
집필 계획: 주 1편~2편, A4용지 1~2장 분량
카페에 기획안을 올리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댓글 1: 건축 관련 일을 하시나 봐요
댓글 2: 하는 일을 새롭게 본다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해요
기획안은 책을 쓰기 전 밑작업이라 쓰는 사람이 알면 그만이지만 조금 친절하게 기획안을 다시 작성했다.
가제: 우리는 모두 집에 산다
부제: 장애인거주시설 이야기
이 책을 만드는 이유: '어른이 되면'이라는 책이 시설 밖에서 일상을 보내는 장애인과 그 언니의 이야기라면 내가 쓰는 책은 시설 안 장애인과 직원의 일상이다. 시설 안 삶이 완벽하고 좋다거나 허점투성이고 살 곳이 못된다는 판단을 섞은 글이 아니라 시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기획안 다음의 강사의 피드백은 목차를 짜라는 것이었다. 쓰고자 하는 글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대로 주제어를 나열하면서 마인드 맵을 만들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목차에 따라 집필 계획대로 주 1~2편의 글을 다음 강의 전에 카페에 올리라고 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할머니에게 듣는 옛이야기, 자신의 난치병 이야기, 여행, 외국 거주 경험, 반려 식물 등에 관해 글을 쓰겠다고 했다. 다양한 주제였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참여자는 평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경험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다.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형성하면서 내용을 채우고 이를 토대로 뼈대를 만들고 구체적인 구성을 짜면서 책이 만들어진다.
이 단계에서 목차만 완성해도 책을 만든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또 목차는 글을 쓰고 책을 완성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