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다면 횡재라며 복권을 샀을 텐데
일주일에 한 번은 걸어서 출근한다. 그러다 보고 말았다, 앞서 가던 사람이 바지를 내리고 똥을 싸는 걸. 30m 앞에서 윗옷을 걷어 올릴 때만 해도 설마 했다. 그러다 순식간에 하얀 엉덩이를 보이며 쭈그리고 앉더니 똥을 뚝 떨어뜨렸다. 0.01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적나라한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다행인 건 옆모습이라 엉덩이 골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연관어로 '길에 똥싸는 꿈'이 뜨는 중에 똥 목격담이 있었다. 그런 일이 많은지 여러 사연과 함께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말이 많았다. 내가 싼 것도 아닌데 왠지 안심이 되었다. 똥을 싼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직장 옆에 있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사원으로, 인사를 주고받아 본 적은 없었지만 오고 가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길가였으니 걸쳤던 옷이라도 펼쳐서 그를 가려줬어야 했나? 화장실을 찾지 못하더라도 길은 벗어나 저 안쪽으로 들어가도록 도와야 했나? 뭔가를 해야 했었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나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장애인 지인의 노상방뇨를 목격했다면 아는체를 하지 않는 태도가 매너있는 모습이었으리라. 그러니 이 오지랖이(실천하지 않았지만) 장애인을 향한 차별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나보다 어린 이, 약자에게 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할 때가 있다. 얕은 지식으로 훈계와 충고를 하고 나서 후회를 한다. 내 경험과 지식는 그들에게 습기먹은 나무 문처럼 문틀에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소리 같을 텐데. 내가 나고 자란 세상은 현재와 달라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른 곳이니 말이다.
장애인이라고 달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장애인이 보고 듣는 방식을 짐작하고 생각과 느낌을 추측할 뿐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를 설명하듯 그들에게 해법이라며 맞지 않는 옷을 강요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자신이 싼 똥은 그들이 치워야지. 나는 매너있게 못 본체 하면 되는 일이고. 나는 길에 똥을 싸지 않으면 되는 일이고. 근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용감한 시민이 되어 지적하고 신고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