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호 라인은 일반실이고, 7,8호 라인은 특실이다. 그러나 청소팀의 동선을 고려하여 같은 층으로 방배정을 해 놓았다. 즉 207호, 208호 손님은 객실 업그레이드를 받은셈이다.
201, 202, 207호가 먼저 나오고, 208호는 10분쯤 늦게 퇴실을 한다. 퇴실한 객실 환기를 위해 2층으로 오르며 수화기를 들어 ‘110번’ 버튼을 누르고 청소지시를 내린다.
순서대로 201호, 202호, 207호 문을 열고 그다음 208호 문을 열어 보니 가관이다. 수건은 모조리 욕실에 몰아 놓았고, 방안에 물이 흥건한 것이다. 몸을 씻고 난 후 닦지 않고 나왔다 하여도 이렇게 많은 물이 있을 순 없다. 이건 명백한 미필적 고의다.
헐레벌떡 뛰어 나가니 208호 손님이 모텔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저기요!”
소리 내어 부른다. 상황 설명을 했다.
상대는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이해가 안 가신다면 마침 고객님 옆 201,202,207호도 퇴실했으니 그분들이 지나간 자리를 보시겠어요? 이렇게 많은 물을 방바닥에 뿌려 놓은 이유가 뭐죠? 저희 바닥 필름 난방인데 누전이라도 되면 공사비 주실 건가요?”
고객은 그 정도는 서비스료에 포함된다는 듯 응했으나 다른 퇴실방들의 상대적 매너에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럼 집에서도 샤워하고 거실에 이렇게 물을 한가득 뿌리며 나오시는지? 집에서도 이러시나요?”
나는 만일의 경우 필름전기난방 고장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겠다고 경고했고 고객은 걸레를 달라더니 자기가 직접 닦겠다고 했다.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그녀의 걸레질하는 뒤태를 보며 ‘내 언젠가 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녀는 전화를 몇 시에 주실건지 전화는 정해진 시간에 주시면 안 되는지 머리를 조아렸다. 다음날 남편에게 이상 없다는 전화를 하라고 전했다.
그런데 남편에게 그들은 ‘결과적으로 이상이 없으니(필름전기난방 고장이 아니니) 그 무례한 직원에게 사과를 받아야겠다.’ 고 했으며 남편은 도리어 그들에게 당신들 같은 무례한 손님은 필요 없으니 다신 오지 말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단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으나, 이틀 후 숙박앱에 별점 반개 테러 발생.
무례한 직원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앞 뒤 다 자르고 결론만 놓고 보자면 손님이 사용한 방바닥을 직접 걸레로 닦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나는 앱 주최 측에 신고를 했고 리뷰는 블라인드 처리된 상태다. (업주에게 부당한 리뷰인 경우 해당앱사이트에서 삭제한다)
며칠이 지나고 어느 훌륭한 기업가의 말을 인용한 한 장의 종이를 잘 보이는 곳에 붙인다.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고객은 받지 않겠습니다. 또한 직원이 무례할 경우 즉시 내보내겠습니다. 우리는 고객님을 호구로 보거나 돈을 뜯어내지 않습니다. 상품과 대가는 동등한 교환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한 누군가의 가족이며, 훌륭한 고객들에게 마음을 담아 응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테라칸 가족 일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