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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민석 Sep 24. 2023

수신자 : 미생

ㄴ에게 쓰는 편지.


 그저, 하루를 견디고 또 하루를 견디어내자.


 조금 끔찍하지만, 으레 그러했던 것처럼 살아내자. 미생의 인생을 다룬 만화에서 말했듯이 인생은 반복, 끊임없는 반복이니까. 결국 반복에 지치지 않는 사람이 성취한다. 그러니 지치는 것을 경계하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전해줄 말이 있을까? 저 구석에서 눈을 뜨지도 못하고 팔을 휘젓고 있는 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그저 허공에 떠도는 손이 맞잡아지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아스라이 알려 줄 뿐이다.


 얼마나 가라앉고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잠겨 무너지지 말고 끝까지 발을 구르길 소망한다. 쥐가 나고, 경련이 오고, 어딘가 끓어질 것 같은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거침없이 퍼덕여야 한다. 그 순간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일 지라도 완생을 꿈꾸면서.


 미생은 사활의 과정을 통해 완생이 된다.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우리는 사활 중이다. 그 종착점이 집을 이루는 것인지, 사석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아간다.


 미래의 가장 멋진 점은 한 번에 하루씩 찾아오는 것이니까. 오늘을 열심히 버티어냈으니, 그만큼만 딱 그만큼만 버티자. 어쭙잖게 며칠의 걱정을 앞서 하지 말자. 우리의 능력은 오늘 버터 내는 것만으로도 장한 일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자.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임으로. 오늘의 괴로움은 오늘로도 충분하다.


 그저, 하루를 견디고 또 하루를 견디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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