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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Mar 04. 2023

아이에게 남아있는 어린 시절 좋은 감정

개학 후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를 달달하게 깨운 아빠 덕분에 맞이한 좋은 아침





방학에 늦게 자던 습관이 몸에 배어 전날도 늦은 밤 잠들었던 아이는

역시 개학 2일 차에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했다.

누워있는 아이를 한참을 안아주고 토닥여주며 깨우는데도 꿀잠을 자던 아이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엄마 미안한데 나 꾸던 꿈만 마저 꾸고 일어날게"라는

재미있는 말을 하며 계속 잘 뿐이었다.



그때 출근 준비를 마치고 등장한 아빠가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11살 초등학교 4학년 아이는 체중이 30킬로가 훌쩍 넘지만 아빠가 번쩍 들어 안아주는 것이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스킨십이다.

아이는 눈을 살며시 뜨며 "아 너무 좋아"라고 했고 아빠는 그렇게 번쩍 든 아이를

화장실 앞에 안전하게 착륙(?)시켜주었고 아이는 기분 좋게 세수와 양치를 하러 들어갔다.

모두가 기분이 좋은 아침이었다.



7살에 아빠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배시시 웃는 아이





아빠는 출근을 했고, 씻고 나온 아이가 옷을 갈아입으며 무언가 생각난 듯이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7살 때 아빠랑 같이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빠가 씻다가 웃긴 행동을 하는 거야

내가 너무 웃겨서 아빠 그만해~ 나 정말 배꼽이 빠질 거 같아~라고 말했더니 아빠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을까?"

"응 아빠미소를 짓고 나를 보더니 왜 이렇게 귀여워?"그랬어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웃었어"

옷을 갈아입으며 이 얘기를 하는 아이의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알쓸신잡 출연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김영하작가님이 얘기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너무 어려서 기억도 못할 텐데 여행을 다니는 것이 의미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근사하고 비싼 곳을 가는 여행이 아니라 집에서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부모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함께 웃고 즐겁게 보낸 시간이 아이의 마음에 남아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고 했다.

어떤 해수욕장을 갔었는지 그 해수욕장의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부모님과 갔던 바다에서 뛰어놀았던 즐거움이 좋은 기억, 감정으로 남고 이렇게 남은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좋은 기억은 힘든 일이 찾아왔을 때에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얘기였는데 오늘 우리 가족의 아침 일상과 닿은 얘기로 떠올랐다.



아빠가 번쩍 안아주는 달달했던 모닝콜이 아이에게 7살의 좋은 기억까지 불러온 것을 느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신랑에게 이 얘기를 전하니 정작 신랑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아빠도 기억하고 있지 못했던 11살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7살 때 아빠와 함께했던 시간, 그 시간에서 아빠가 나를 한없이 사랑한다고 느낀 좋은 감정이 오늘 아침 아빠에게 느낀 감정과 닿으면서 아이를 또 한 번 웃게 한 것 같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중에서(알에이치코리아)




나에게도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은 지금도 선명한 삽화로 떠오른다.




나에게도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좋은 감정이 많은데 그중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림 같은 삽화가 있다.

가족들과 어느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었는데 오빠와 나에게 풍선이 하나 생겼고 오빠와 서로 그 풍선을 잡겠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잡고 잡히는 놀이(?)를 하며 숨이 차서 헉헉거리면서도 그렇게나 즐거웠다.

오빠는 내가 잡지 못하자 나중에는 대놓고 풍선을 주며 가져가라고 했는데 힘이 빠진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그 풍선을 바라보기만 했던 장면.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는 엄마아빠의 미소도 기억이 난다.



이 장면은 나에게 정말 하나의 삽화가 되어 문득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오늘 아이에게 좋은 감정을 남긴 이 기억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삽화 같은 장면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중에서(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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