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글로 그려내는 사람들: 권성아, 김은주, 이진희, 임현아, 홍미정
보이지 않고 상상할 수 없던 것을 ‘눈에 선하게’ 만들어주는 화면 해설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화면 해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부끄러워졌고 이들의 일에 감사함을 표하게 됐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서 깊게 생각, 아니 얕게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분주하게 그리고 치열한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닿을 수 있었는지. 그런 것들을 알게 되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단지 ‘좋은 일을 한다’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히려 그렇게 포장하기엔 그 안에 수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화면 해설이라는 일을 책으로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너무 편협했고, 알고자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화면해설을 통해 많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콘텐츠를 즐기고 수많은 감정을 시시각각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콘텐츠가 수없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세상에서, 이 좋은 걸 나만 볼 수 없다고 매번 생각하면서도 항상 내 입장에만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가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한 콘텐츠가 되어 우리 모두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p. 11.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 ‘볼 수 없는 이들과 함께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눈뜨게 되었다.
p. 63.
'좋은 일’이라는 게 무엇일까. 선량한 일? 뜻깊은 일? 후자라면 가볍게 미소를 지어줄 수 있지만, 전자를 포함한 말이라면 ‘아니’라고 답해주고 싶다. 더욱이 이 일은 누군가 ‘하면’ 좋은 일도 아니다. 우리 일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p.187.
나만의 성과나 나만의 실패로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부족함은 아프게 나를 때린다. 내가 부족해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었던 즐거움을 빼앗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바짝 위축이 되고, 누구에게랄 것 없이 그냥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털고 일어나야 한다. 고작 이걸로 무너지면 다음 산에 오를 수 없고, 이 산이 내게 있어 결코 마지막 산은 아닐 테니까.
p. 188.
수도 없이 꺼질 날이 오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를 부풀리고 등을 밀어주는 것들은 또 있을 테니까.
p.227.
그때 들려온 ‘아아~!!’라는 감탄사. 그 감탄사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궁금했던 장면이 화면해설로 해결될 때 나오는 감탄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그 ‘아아~!!’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오늘도 괴로움을 마다하고 밤샘형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