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지인의 추천으로 가게 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큰 기대가 없기도 했고, 평소 토우나 고대 유물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어서 가볍게 갔던 전시였다. 그렇지만 그 어떤 전시보다 울림이 컸던 전시였다.
이 전시는 고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잠시 이별을 할 때 그들에게 선물했던 토우들을 전시한다. 이 때의 사람들은 사람이 죽고 나서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해 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 영원한 여정이 너무나 외로울까 걱정이 되어 특별한 동행을 선물해준 것 같다. 그 소중한 마음을 토우가 담고 있었다.
당신의 여정이 외롭지 않길. 당신의 여정에 동행이 되어주길.
수많은 집 모양의 토기. 그 중에 똑같이 생긴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때의 집들은 입구가 지금처럼 바닥과 붙어 있는 문이 아니라, 지붕에 뚫린 구멍을 통해 드나들었다고 한다. 다음 세계를 살아가는 동안에도 당신이 살았던 그 집과 유사한 모양을 가진 집에서 평안히 살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이 곳엔 여러 토우들 중 장례 모습을 담고 있는 토우들이 모여 있었다. 그 때의 사람들이 한 사람과의 이별을 어떻게 맞이했는지 토우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생동감 있고 귀엽게 그리고 더 잘 이해되도록 큐레이팅을 해뒀었는데 그게 참 좋아서 이 토우들 앞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이 죽고 나면 단지 헤어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마냥 슬픈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 때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단지 슬퍼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 이의 영원한 여정을 응원해줬던 것처럼 말이다.
보자마자 피에타가 생각났다. 죽은 이 얼굴에 덮인 천, 그리고 그 사람을 안고 이별을 맞이하는 또 다른 사람.
우리가 죽고 나면 정말 사후세계가 있을까. 그 사후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 여정에 함께 가주는 사람들은 있을까. 그렇게나 죽어서까지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있는 삶은 좋은 삶이겠지. 그리고, 고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은 언제나 슬픈 건 아니겠지.
그 영원한 여정에 특별한 동행을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는 마음이 참 예뻐서 좋았다. 내 곁을 떠난 이들에게도 그들의 끝나지 않을 여정에 함께하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그 동행에 내가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한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다. 왜 그리 빨리 갔냐는 애정 어린 잔소리와 함께.
이 전시를 추천해준 지인의 직장 동료분이 이 전시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예쁜 마음과 따뜻한 온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이 토우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