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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만 Feb 11. 2024

그냥은 왜 그냥인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법이 뭔가요? 그냥이요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타자를 쳤다. 떠오르는 대로 갈기겠다고 마음먹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글을 쓴다’는 본질에서 멀어질 것 같아서. 어떤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는 건 어렵다. 쓰고 싶은 생각이 한 두 개가 아니어서, 이런 내용을 쓸까 하다가도 다음 전개가 떠오르지 않아 접기 일쑤다.

그냥 쓰면 되는 건데. 어떤 책에서 봤다. (책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를 해내고 싶다면, ‘그냥’ 그걸 하면 된다고. 맞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공부하는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고 싶다면, 그냥 새벽에 알람을 맞추고 알람을 듣자마자 바로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화장실로 향해 세수하고 양치를 하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게 되고 그만큼 지식이 더 많이 쌓여 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냥 하면 되는 거다.

그렇지만 하기 싫다. 꼭두새벽 일어났을 때 깊이 느껴지는 피로감과, 새벽녘의 냉기가 사람을 움츠리게 만든다. 따뜻한 이불의 온기를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크다. 만약 애매하게 정신을 차렸다면 ‘얼른 일어나서 공부해야지’ 하는 결심보다 ‘너무 피곤한데 10분만 더 잘까?’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들 수도 있다. 그러니 여기서 그냥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냥 일어나서 공부하자, 그냥 쭉 자자.

왜 쭉 자자냐고? 분명 난 10분만 더 자겠다고 알람을 맞춰놓고 애매하게 잠들어서 어마어마한 꿈들을 꿀 거다. 그리고 일어나면 더 피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즉 10분만 더 잘까? 하는 선택지를 고른다는 건 그냥 쭉 잘 거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냥, 하고도 전자를 선택하면 갓생을 살 수 있는 거다. 그게 언젠가의 나와 오늘의 내 차이다. (나도 한때는 제법 갓생이라 할 수 있는 삶을 살았었다)

‘그냥’이라는 단어가 참 어렵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해결된다. 근데 왜 그냥인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은 왜 그냥인가? ‘왜’와 ‘그냥’은 분명 반대되는 말이다.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그냥이라면 왜는 명백한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대부분 이성적인 답변일 것이 분명하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냥의 의미가 이런 게 아니라면 미안하다. 그냥은 왜 그냥인가?


그냥… 그래서 글을 썼다. 그냥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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