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던 노트를 내려놓은지 꽤나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무엇을 적을까? 주문해 놓은 커피를 휘휘 저으며 생각했다. 캐러멜 시럽이 하얀 거품과 함께 섞인다, 마치 뒤죽박죽 엉킨 내 머리 같다. 가만히 집중하고 내 속을 들여다본다. 우유 밑에 숨겨놓은 진한 커피처럼 강한 인상을 줬던 최근의 일들이 떠오른다.
그 속에는 회사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도 있고, 고민하던 관계에 대한 일도 있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나하나 손으로 쓰다듬듯 찬찬히 살폈다. 문득 지금 순간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그래, 글은 여행이지. 텍스트로 향하고 있지만 여정 자체가 곧 목적이고 본질이다. 이런 예열 과정에서 오히려 깨닫는다.
나는 이 일 때문에 상처받아 있구나!
내게 그 사람은 굉장히 감사한 일을 했구나!
어리석은 나는 일을 겪고 나서야 감정을 가지게 된다.
난 지금 평소와 다르게 흔들리는 파도를 바라보며 카페에 앉아있다. 중저음의 굵직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내 머릿속은 나로 채우고 있다. 가장 나로 돌아가는 시간.
세상에는 사라지기에 의미가 깊어지는 것이 있다.
사실 글쓰기가 그렇다. 게임, SNS, 짧은 동영상. 도파민을 자극하는 세상이다.
글쓰기가 앉아있던 세상의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글을 적는 일 자체가 희귀해진다. 이러다 누군가 내 등 뒤로 천연기념물 딱지를 붙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