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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Jul 13. 2024

42살에 첫 유튜브를 찍다

유튜브를 시작했다. 9개의 동영상을 올렸다.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 엄청나게 사람들이 몰려와 구독자가 9명이나 되었다.

동영상 하나당 구독자 한 명, 이게 커플 매칭 어플이라면 대박을 냈겠군


내가 유튜브를 한다니 지인들은 내용보다 이유를 궁금해했다.

왜 하는 거야?

생각해 보면 글을 처음 쓴다고 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글을 왜 써? 돈이 되나? 왜?

글보다 원인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때도 비슷한 답변을 했던 것 같다.

그러게. 왜 하는 걸까나


백만 유튜버, 실버버튼, 골드버튼. 맞다.

확실히 좋은 단어다.

누군가 그 자리에 앉혀준다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미천한 제가 성심껏 버튼이 녹슬지 않게 매일 닦겠다며 거짓 웃음으로 한껏 치장하고, 허리를 몇 번쯤은 굽힐 의향은 있다.


하지만 미안하이. 내 나이 마흔이 넘었다오.

그렇게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안다. 글을 쓰고 유튜브를 함에 앞서 그렇게 김칫국을 대접으로 원샷하지 않는다.


내게는 원피스의 루피처럼 해적왕이 꿈이라고 외칠 타오르는 목표는 없다. 그럼에도 바쁜 삶에서 남이 하지 않는 것을 도전한다.  분명 욕망은 있다는 것이겠지. 내게 어떤 숨겨진 마음이 있을까? 약하고 은은한 촛불 같은 뜨거움이라 나조차 쉽게 느끼기도 힘들다.


찬찬히 생각해 보며 찾아보니, 내게는 글과 유튜브가 비슷한 욕망의 원류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기록하고 간직하는 것.

나는 쇼펜하우어처럼 삶은 원래 고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삶은 녹록지 않다는 건 인정.  검고 긴 길을 따라 홀로 걸어가는 것, 그게  우리가 사는 인생의 기본 설정이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나. 그렇진 않다. 깊고 어두운 곳 사이사이 아름답고 즐거운 순간들이 가로수처럼 빛나며 밝혀주고 있다.

잊힐까 두려운 작은 화광들을 더욱 오래 감상하기 위해 기록하며 간직한다.


펜을 잡고 글로 쓴다.

카메라를 들고 영상으로 찍는다.

때로는 반짝이는 생각을, 때로는 즐거운 순간을 남긴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시작은 책과 관련되어 있다. 올렸던 영상을 보니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강원도 북여행을 올렸다. 이게 진정 내 욕망의 흐름인 것 같다


https://youtu.be/RW1mr77ifR4?si=Y0qmaITEcLo0PyNs


어릴 적 눈 혹사로 인해 문제가 생겨 안과에 다녀와서도 영상 편집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삐거덕 뚝딱거렸다. 처음 해보는 편집. 오타투성이다. 오늘은 금방 3시간 동안 만지던 영상을 날렸다.


의기소침해져 하현우 님의 돌멩이를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5천 원 스마트 거치대, 2만 원 마이크가 내 최첨단 유튜브 장비의 전부다. 장인은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은 초보는 장비빨이란 말이 아니겠나. 장비가 조촐하니 내 보기에도 영상들이 참 조악하다. 그럼에도 어설픈 녹화본에도 내 삶이 담기는 느낌이 좋다.


밤이 찾아왔다. 전등을 끄고 수면등 아래서 내 유튜브를 봤다. 어설픈 녹음 속에서 웃음소리만 많다. 그럼 어떠한가, 자기 만족도 만족인 것을.


한 번쯤종이비행기를 접듯 가볍게 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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