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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Jan 03. 2025

하와이? 고생하러 돈 내고 무엇하러 가나 (01)

하와이? 고생하러 돈 내고 무엇하러 가는 걸까.


나는 집에서 그 돈으로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게 훨씬 낫다. 이게 내 신조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지만 사실 별거 없다. 집에서 쉬는 게 편한데 뭐 하러 밖에 나가 고생하냐는 게 내 주의다.

지난주, 현이가 내게 말했다.
“오빠, 내년 6월에 하와이 갈 거야.”
이 말의 무서운 점은, 의사를 묻는 질문이 아니라 통보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미 나도 모르게 내년 6월의 일정은 확정되어 있었다.

“왜 갑자기?”라고 물어보니, 그녀는 단순 명료하게 답했다.
“가고 싶으니까.”
심플하지만 반박할 여지가 없는 말이었다.

나는 바로 현실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여행 경비는? 나의 연차는 몇 개 남았나? 돈과 시간. 억지로 어떻게든 만들 수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무리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마음속에서 파도의 포말처럼 끊임없이 떠올랐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이미 눈이 반짝이는 그녀에게 초장부터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처럼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막상 여행을 가면 좋은 순간도 많지만, 그 준비 과정과 여행 중의 피로가 귀찮다. 그래서 현이를 만나기 전에는 여권조차 없었다. 첫 해외여행도 현이 덕분이었다.

내 첫 여행지는 대만이었다. 후덥지근한 열기 속에서 만두를 먹으며 간신히 마음을 달랬다. 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막상 나오니까 너무 좋지 않아?”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 혼자라면 돈을 받고 와도 안 와, 현아.’

이런 나에게 이번에는 하와이다. 내가 계획한 미래의 20년 어디에도 하와이에 가 있는 나의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잘 알기에, 이미 간다고 마음먹었다면 내가 할 일은 저항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뿐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시작부터 일이 생겼다.
“오빠, 나 요즘 너무 바쁘니까 일정이랑 공부 좀 해줘.”
핑계가 아니었다. 때마침 여유가 있는 나와 일에 치이는 그녀. 현실적으로 계획은 내가 짜는 게 맞다. 문제는 내가 서울 올라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인데, 이번엔 하와이다. 시작부터 허들이 높다.

현이는 말했다.
“오빠, 이번엔 빅아일랜드야.”
“왜?”
“별도 보고 싶고, 헬기 투어도 하고 싶어. 하와이 해안을 하늘에서 보는 거 너무 좋지 않아?”

별? 군대에서 이미 질리도록 봤다. 강원도 산간에는 지금도 보기 싫은 별을 억지로 보고 있는 남정네들이 많다. 헬기? 나 고소공포증 있어. 바이킹도 못 타는데 헬기라니.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혹은 줏대 없는 사람)이다. 상대가 저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나는 참고 따라가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지금 나는 빅아일랜드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중이다. 하나하나 알아보는 과정이 너무 괴롭지만,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이 시련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웃음 짓게 할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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