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I 가 나오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해서는?
저의 가까운 동료 중 한 명은 어느날 고구마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영양원으로서 고구마가 갖는 가치보다 손톱 사이에 쉽게 끼이곤 하는 고구마 껍질을 까는 수고로움이 더 크며 그 말인 즉슨 투입해야하는 비용보다 돌아오는 이득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한 제 동의 여부는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답게 그의 요약 문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ROI (Return on Investment) 가 나오는 일을 해야죠.”
절반은 매순간 ROI 를 살펴야하는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숙명을 스스로 농담삼아, 또 나머지 절반은 실제로 그 직업윤리에 감화되어 말한 문장일 것입니다. 또는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즉슨 직업 이전에도 애초에 그러한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 동료가 뛰어난 퍼포먼스 마케터였다는 생각도 들만큼 이 문장은 퍼포먼스 마케터가 어떤 직군인지를 잘 표현합니다. 그렇다보니 퍼포먼스 마케터로 직무를 시작한 저 역시 이 문장이 나오면 반박하기 어려워집니다. ROI (보다 실무적/구체적으로는 ROAS) 는 ‘퍼포먼스 마케터/마케팅’ 이라는 직군에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핵심 강령과도 같아서 ROI 가 높은 행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불문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실은 동료와 크게 다를 바 없어서 이젠 저와 다른 직업적 배경을 갖고 있는 친구들조차 먼저 짚어줄 정도긴 합니다: “그 행동은 너 식대로 말해서 ROI 나오네!”
이 글에서는 ROI 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ROI 를 정의하는 구체적인 산식을 떼어놓고 개념만 놓고 보았을 때 ROI 가 중요하지 않은 직업인이 있을까요? Return 을 반드시 숫자로 정의하지 않을 뿐 들인 노력에 비해 더 큰 결과적 효용을 기대하는 것은 심지어 모든 노력하는 개인에게 해당할만큼 당연한 명제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늘 계량화하여 측정하는 퍼포먼스 마케터에게는 분명 이 단어에 각별한, 남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Return 과 Investment 의 계량화, 그리고 그것을 측정하는 접근법 또는 태도 자체가 직군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니까요.
한편 저는 다양한 직군 관련 뉴스레터를 받아보는데 얼추 훑기만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그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으나) ROI 관점에 투철한 또 하나의 직업은 데이터 분석가인 것같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반 분석 작업을 수행하는 직군인데요. 데이터 분석가의 아티클을 훑다보면 데이터를 분석하는 환경을 최적화한다는 측면에서 반복적 업무의 자동화를 많이 언급합니다. 쿼리를 짜며 실험을 분석하는 데이터 분석가 개인의 업무 반복성 단위에서는 물론, 타 직군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특성상 협업 과정에서는 (예를 들어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던 아티클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메스프레소 사례) 필연적으로 수많은 비효율이 발생할텐데 이 모든 과정들을 최대한 자동화/효율화 시스템 내에 포함해두려는, 즉슨 Investment 를 최소화하는 시도들이 돋보입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퍼포먼스 마케터의 ROI 는 마케팅을 통해 최소한의 광고비로도 최대의 측정 가능한 수익을 이끌어내야한다는 점에서 미묘하게 다릅니다.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으로는 전통적으로 미디어 플래닝, 타겟팅, 소재 등이 핵심 축으로 꼽혀왔습니다. 디지털, 특히 모바일 마케팅 환경이 대두한 이후로 수많은 마케터 및 기술 플레이어들이 고군분투한 결과 지금은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어느 정도는 공식화된 best practice들과 솔루션들이 만연해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여전히 퍼포먼스 마케터들은 목이 마릅니다. 공식화가 되는 순간 역설적으로 모든 기업이 동일한 전략을 활용한다는 의미이며 비즈니스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시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하여 퍼포먼스 마케팅의 ROI 를 향한 여정, 더 정확하게는 계속되는 인적 자원의 Investment 는 끝이 없습니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가의 ROI 와 퍼포먼스 마케터의 ROI 만 두고 비교해본다면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가의 ROI 는 (다만 저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기 때문에 틀린 짐작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Investment 의 최소화에 보다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퍼포먼스 마케터의 ROI 는 Return 의 극대화에 집중합니다. 이는 두 직군의 목표가 상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자는 임팩트를 만드는 액션을 도출하기 위한 first step에 가깝고, 후자는 액션을 실행하는 last step에 가깝습니다. 결국 어느 쪽이건 ROI 전체 값을 높이고자 함은 동일하나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하여 각 직군은 매일의 업무에서 서로 다른 기조로 업무를 하게 되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케터는 야근이라는 키워드와도 끈끈합니다. 우리 마케터들의 선호와 무관하게 ‘마케터’ ‘야근’을 함께 검색해보면 마케터의 숙명을 받아들이기 위한 수많은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시간을 투입하건 최고의 성과를 가져다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이야 값지다마다요.
그러나 이 Investment 를 다시 쪼개서, 이 모든 Investment 가 Return 과 직결되느냐는 질문을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어쨌건 우리는 최종 ROI 값을 만들기 위해 “Return” 뿐만 아니라 “Investment” 역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질문해보면 어떨까요, 꼭 마케터로서의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되는, 비본질적이며 부차적이고 번거로우나 반드시 해야하는 Investment가 우리의 하루 중 얼마를 차지하고 있나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터의 삶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있습니다.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성과 대시보드로 KPI 확인 → 성과 개선을 위한 투두 도출 → 유저 Funnel 별 이탈율 분석 → 이탈 개선을 위한 매체 A/B test 설계 → test에서 활용할 크리에이티브 선정을 위한 소재 현황판 확인…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이 아래 버전이 제게는 적어도 더 익숙합니다.
매체별 대시보드에 들어가 클릭/csv 다운로드 → 엑셀 피벗테이블 n회 → 디자인팀으로부터 소재 수령 → 매체별 소재 정리 → 엑셀을 통한 일예산 계산 → 세팅 시작…
즉 ROI 가 나오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소하게 느껴지면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번거로운 일들이 숨쉬듯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저는 이 수많은 Investment 들 중 많은 부분은 마케터, 더 넓게는 사람이 해야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복적이며 템플릿화할 수 있는 일들. 이상적인 데이터 분석가는 곧장 자동화의 대상으로 봤을 일들에 대해 다수의 마케터들이 너무 관대했지는 않나 생각합니다.
더불어 실제로 퍼포먼스 마케터의 업무가 데이터 분석가의 업무와 유사해지는 경향도 발견됩니다. 직관에 따른 액션,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의 끝없는 브레인 스토밍이 아닌 사전 분석을 통해 최대한 논리적이고 일관된 데이터 기반 마케팅 액션을 하려는 경향이요. 결국 Return 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액션을 찾아내고 실행하기 위한 모든 제반작업이 더 데이터 기반이 될수록 Investment 를 효율화 및 최소화하는 것 역시 오늘날의 퍼포먼스 마케팅에서는 무시할 수 없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를 퍼포먼스 마케팅이 새로운 국면 -웹 기반을 1.0, 모바일을 2.0이라 했을 때 이처럼 데이터 드라이븐 마케팅이 가능토록 하는 진정한 환경 구축의 시작을 곧 3.0- 에 들어섰다고 해석합니다.
실제로 저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껏 수많은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써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발생하는 크고 작은 마케팅 이슈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슈 방지 프로토콜을 노코드 툴로 구축해보거나 내부의 마케팅 데이터를 종합하여 이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1차 Media Mix modeling 을 만들어보거나하는 식으로요. 또는 이렇게 반드시 마케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어떤 프로젝트 또는 업무 유형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지를 Review 하고 더 체계적으로 단/중/장기적 업무를 계획하는지 등도 유사한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체 시도들 모두가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의미가 있었는데요. 그 고민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범직군적 고민들은 이미 다수 SaaS 화되어있다는 사실도 매일매일 발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위에서 말한 마지막 예시는 Akiflow 와 Rize라는 툴을 통합 사용하면 해소가 됩니다. 이를 멋지게 소개시켜주신 실제 사례가 다음의 링크에 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여전히 마케팅에 특화된 생산성 이슈를 해결하려는 SaaS 는 아직 시장에서 돋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다양한 애드옵스 SaaS 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완전한 마케팅 생산성 SaaS 가 시장에 부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저희 새벽네시가 어떻게 이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내/외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그 글에서는 저희가 사용하는 구체적인 생산성 tactic 들과 더불어 저희의 생산성 SaaS “handy”도 소개드릴 예정입니다.
새벽네시는 퍼포먼스 마케팅 에이전시입니다. 동시에 저희는 저희 모두의 “가장 탁월한 일하기” 방식을 저희 개개인의 리소스뿐만 아니라, 제품의 형태로 구현하여 더 많은 고객사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SaaS 기업으로서의 발자취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제품에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고민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Investment의 최소화와 Return의 극대화, 오늘날의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더 건강한 ROI 의 지평(!!)을 열어나갈지. 사소한 자동화부터 그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낳는 거대한 임팩트까지. 오늘도 광고 시장은 새벽네시라는 생각을 합니다. 쨍한 오전이 되었을 때의 풍경을 상상하며 언제나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희는 이 글을 읽으시는 그 어떤 분들과의 커피챗에도 열려있답니다.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리며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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